한화 정민철
한화의 ‘돌아온 에이스’ 정민철(30). 올시즌 3승7패. 92년부터 99년까지 8년간 두자리 승수를 챙겼던 모습이 아니다. 에이스라 불리는 것 조차 부담스럽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있을때인 지난해 후반부터 훈련을 게을리한게 화근이었다.
볼스피드는 좋은데 볼끝이 살지 않았다. 그러니 매번 타자들에게 뭇매를 받을 수밖에. 평균자책 6.75.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의 성적이다. 팀에서 연봉을 4억씩이나 주면서 대우해줬는데…. 부진을 거듭하는 사이 팀성적도 말이 아니다. 31승3무39패로 7위. ‘먹튀’라 불릴만도 하다.
지금부터는 다르다. 역시 훈련량이 중요했다. 4월중순 2군으로 내려가 열심히 훈련하면서 경기경험을 쌓으니 몸상태가 좋아졌다. 5월도 6월에도 부진하긴 했지만 계속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볼끝도 매서워지고 있고 제구력도 좋아졌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3일 LG전에서 6이닝동안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5안타 2실점으로 잘 막아 3-2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2-2상황에서 강판당해 승수를 챙기진 못했지만 자신감을 회복했다는게 큰 수확이다. 그동안 타자들 앞에만 서면 불안했는데 이젠 자신있게 승부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20일 사직에서 열리는 롯데전에 팬들에게 뭔가 보여줄 생각이다. 후반기 첫 선발등판. 첫단추를 잘 꿰야 시즌을 후회없이 마칠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팀이 준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강에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을 뿌릴 각오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