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온 편지/시모어 토핑 지음 정회성 옮김/438쪽 9500원 한문화
홍군(紅軍)의 공격이 격렬해지던 1948년 10월. 외국인들은 저마다 베이징을 떠나기 위해 급히 짐을 꾸리고 있지만, 도교 철학을 연구하는 미국인 청년 젠슨은 궁궐과 사원을 답사하고 밤에 술집을 전전하는 한가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날 미모의 좌익 의대생 릴리안을 만나면서 그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데….
작가 토핑은 국공내전 당시 공산군에 의해 두 번이나 포로로 잡혔던 저널리스트. 옌안의 토굴에서 마오쩌뚱을 직접 취재하기도 했던 그의 현장 체험이 생생한 맛을 더하는 소설이다. 국공내전을 둘러싼 미국 지도층내 견해의 분열, 정보기관의 활동상 등도 치밀하게 묘사돼 긴박감을 더해준다. 공해상에 갇혀버린 뒤 선택의 기로에 선 토핑. 조국을 택할 것인가? 사랑을 택할 것인가?
“1940년대 후반 중국에서 가장 문제였던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술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국민당의 비효율성이었다. 바로 여기에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교훈이 있다.”
시카고 트리뷴지에 실린 서평 일부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