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직원들이 사내 인재개발센터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건설
‘공부는 더 하고 싶지만 회사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학위에 욕심을 내는 직장인들에게 시간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학마다 야간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어 학위를 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막상 일주일에 2, 3일씩 저녁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야근을 해야 하는 동료들보다 먼저 퇴근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일이 밀렸을 때는 상사의 시선도 따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김준범 차장(41)은 사내(社內) 대학원을 통해 이런 고민을 모두 해결했다. 3년째 사내 대학원을 운영중인 현대건설은 올해 경영학석사(MBA)와 부동산 과정을 개설 중이다. 김 차장은 사내 인재개발센터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매주 3일 가량 MBA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가 MBA 과정을 수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경영과 관리에 관한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 외부 대학원을 다니는 것과는 달리 시간 절약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학비도 들지 않고 유명 대학 교수들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 근무하는 황인환씨(29)도 회사 안에 마련된 공과대학 디스플레이공학 과정에 다니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원들을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99년부터 사내대학과 대학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황씨는 전문분야에서 남보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이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그는 석사학위를 딴 뒤에는 박사과정까지 밟을 계획이다.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박용범 과장(34)은 지난해 LG그룹 차원에서 운영하는 MBA과정을 통해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박 과장은 “이론에 초점을 맞춰 수업이 진행되는 일반 경영대학원과 달리 사례분석(케이스 스터디) 위주로 강의가 이뤄져 수업 내용을 실무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그룹내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강의를 듣기 때문에 인적 교류의 폭을 넓히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는 것.
LG는 93년부터 경영학, 경제학 등 실용적인 학문이론을 실제 경영사례와 접목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는 ‘LG MBA’를 운영중이다. 올해까지 총 309명의 수료생 가운데 66명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LG의 핵심인재 육성의 산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