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은 최근 자궁암 환자들에게 방사선을 과다하게 쪼여 사망이나 후유증을 유발한 전남대병원측에 모두 27억원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3일 서울지방법원은 간질환자에게 17년 동안 약물 처방을 하면서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검사를 게을리해 환자가 숨졌다고 주장하는 유가족의 손을 들어줘 4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지난달 7일 수원지방법원은 소화불량 환자에게 실수로 혈당강하제를 처방해 뇌손상을 입게한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1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처럼 병원에서 진료 받으며 생긴 부작용 및 후유증에 대해 소송과 거액의 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병원의 전문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자포자기했던 일반인들이 적극적으로 의료과실 문제를 제기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의료관련 소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철저한 준비없이 소송했을 때 승산이 매우 적다”며 “의료사고 발생 뒤 1∼3일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고후 1~3일 현명한 대처 필요▼
▽결국은 증거싸움〓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는 물론 가족도 당혹스러운 마음에 허둥대기 마련이다. 억울할수록 냉정해야 하며 우선 의료사고의 핵심 증거가 되는 각종 진료기록부터 확보해야 한다. 의료사고라고 생각되면 반드시 진료기록을 복사해 줄 것을 요청하고 환자가 숨졌을 때 부검 등을 통해 반드시 증거를 남긴다.
또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환자 가족들이 알고 있는 전후 사실 관계와 함께 사고경위서를 작성해 정리해 둔다. 가족들도 얼마든지 증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흥분하지 말고 착실히 증거를 수집한다.
2000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환자나 보호자는 각종 검사일지 등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환자가 진료기록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영세민등 법률구조공단 이용할만▼
▽전문가를 찾아라〓경미한 사고라면 소비자보호원을 찾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합의를 대행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 YMCA 등 전통적인 소비자 상담기관도 일차적인 상담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가 합의에 불복했을 때 더 이상 도움을 얻기는 힘들다.
최근 각종 의료 피해자 단체들이 회원가입을 전제로 자문하거나 상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수년 전 모협회가 중간에 나서서 돈을 받고 합의를 해줬다가 변호사법 위반이나 사기 등으로 사법처리 됐던 전례도 있어 회원가입비 이외에 무리한 조사비용과 의료용어 번역비, 서류작성비 등을 요구하는 단체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
도시 영세민이나 장애인 농어민이라면 법률구조공단에 저렴한 비용으로 소송을 맡길 수 있으므로 우선 법률구조공단에 전화해서 조건이 되는지 알아본다.
경제적 부담은 크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의료전문 변호사를 찾는 방법도 있다.
▽폭행행사는 금물〓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를 당하면 환자 자신이나 가족은 억울한 감정이 앞서 병원기물을 파손하거나 진료방해 또는 담당 의사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도 있다. 이때는 오히려 빌미를 제공하고 역고소를 당해 억울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편 병원과 합의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주위의 법조인이나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며 섣부른 합의는 피한다.
(도움말〓법무법인 한강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김성수 변호사)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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