署 理(서리)
署-일대신 볼 서引-끌 인警-경계할 경
替-바꿀 체 劾-캐물을 핵庫-창고 고
英語(영어)처럼 漢字(한자)도 한 글자에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보자. ‘길’을 뜻하는 ‘道’(도)는 무려 60여개의 뜻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말하다’는 뜻도 있다. 또 ‘아침’을 뜻하는 ‘朝’(조)도 25개의 뜻이 있다. 드물지만 姓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애초 漢字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단 하나의 뜻(‘本義’라고 함) 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引申(인신)되었기 때문이다. 古文(고문)을 잘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뜻을 두루 파악해 두어야 한다.
그럼 署는 어떤가? 첫째는 관청의 部署(부서)다. 警察署(경찰서), 消防署(소방서), 官公署(관공서), 部署(부서) 등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둘째는 ‘글로 적다’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는 ‘署名’(서명)이 있다. 셋째, ‘대신 일을 보다’다. 署理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 밖에도 ‘자리’, ‘두다’, ‘그물을 치다’란 뜻이 있으며 역시 姓의 하나로도 사용된다. 그러니까 본디 署理는 ‘代行’, ‘代理’와 같은 뜻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옛날 관리의 任免(임면)에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절차가 따랐다. 게다가 지금처럼 전산화된 인사 존안자료도 없었으니 新舊官(신구관)의 交替(교체)가 제 때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 彈劾(탄핵)을 당한다거나 직무상 중대한 잘못이 있어 封庫罷職(봉고파직)이라도 당하는 날이면 그 날로 印信(인신)과 兵符(병부)가 압수되고 해직 당하기 때문에 후임자가 부임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리는 수가 보통이었다.
중국에서는 그 같은 직무수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독특한 제도를 시행했다. 즉 지금부터 200여 년 전인 1800년대 초 淸(청)나라 때부터 新舊官이 交替될 때나 有故時 다른 官吏(관리)로 하여금 잠시 그 직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했는데 그것을 署理라고 했다. 이 경우 특별히 그런 官吏를 署事(서사)라고 해 정식 임명된 官吏와 구별했다. 그러니까 행정의 空白을 메우고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시행했던 것이 署理制度였던 것이다.
그것이 우리 나라에서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니 國務總理(국무총리) 署理가 그것이다. 법률상 대통령에 의해 國務總理직에 임명된 인사는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署理’라는 꼬리표를 뗄 수가 없는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