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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해안선' 크랭크업 장동건 "네온사인이 그리웠다"

입력 | 2002-07-21 18:14:00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40분쯤 가야 닿는 위도. 이곳에선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해안선'이 한창 촬영중이다. '해안선'은 톱스타 장동건이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개런티까지 자진 삭감해 화제가 된 영화. 낮에는 햇볕이 작열하는 세트장에서, 밤에는 검푸른 바다가 펼쳐진 모래사장에서 주인공인 '상병' 장동건을 만났다.》

▽‘박쥐부대’는 있어도 오빠부대는 없다〓2459 박쥐부대 세트장. ‘초전박살’‘라이트 꺼’ 등의 문구가 군부대답다. 위도안에서도 인적이 드믄 해안가에 촬영 현장이 있어 ‘오빠부대’는 볼 수 없었다. 오락 거리가 없어 낚시와 수영이 제작진의 유일한 낙. “네온사인이 그리웠다”는 그에게 크랭크 업(23일)을 앞둔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하지만, 시원하다쪽에 훨씬 가깝다”고 말했다.

엔딩부분에 쓰일 족구경기 장면을 찍기 위해 배우들이 모두 웃통을 벗었다. 새까맣게 그을린 몸을 보고 누군가가 “거, 때깔나네” 했다. 분장담당 현경선씨는 “저 피부색은 흑인용 메이크업을 해야만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옥의 티’를 찾는 심보(?)로 미남 배우를 요리조리 뜯어보다가 뒷통수에서 동전크기 만한 ‘땜통’자국을 찾아냈다. 원형 탈모였다. 장동건은 “머리깎을 때야 알았어요. 이 영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없는데….”고 말했다.

그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가슴쪽으로 10cm 가량의 큰 수술 흉터가 있었다. 그는 폐에 물이 차는 증상(기흉)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군대를 못간 ‘약점’을 극복하고자 촬영에 앞서 2박3일간 실시된 특별 훈련을 받기도 했다.

▼겉멋 취할까봐 모니터 안봐▼

▽마이너리그에 간 메이저리거〓그는 잘나가는 ‘상업 배우’가 비주류 저예산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게 부담스러운 듯 했다. 촬영초 삭발 모습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영화 외적인 것으로 화제가 되는게 싫어서”라고 했다. 이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그냥, 다른 영화를 출연할 때와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매니저 생각은 다를텐데. (‘해안선’ 출연을 위해 삭발을 하는 바람에 CF 등이 취소돼 20여억원의 수입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돈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 안했어요”

-혹시, 벌만큼 벌어서?

“(웃음) 돈은 적당히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이미 충분하고요. 상업영화는 배우의 폭이 정해져 있어요.‘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끝낸뒤 좀 허탈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예산영화가 배우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네요.”

이전 영화와 달리 그는 ‘해안선’을 찍으면서 모니터를 한번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모니터를 보면 아무래도 ‘비주얼’에 신경을 쓰게 될 것 같아서”.

‘마이너리그’를 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예산을 아끼기 위해) 김감독이 워낙 빨리 찍는 바람에 내가 제대로 못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해 사살한 뒤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해가는 강상병. 다소 사이코같은 이 캐릭터에 대해 김감독과 의견이 일치했지만, 강상병과 애인의 정사장면은 ‘합의’를 이루지 못해 영화속에서 그의 베드신은 볼 수 없다.

▽별 하나에 꿈과, 별 하나에 사랑과….〓11시가 넘은 깊은 밤. 밤하늘의 별은 금새라도 쏟아질 듯했고, 바다는 잔잔했다.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기 좋은 밤이었지만 청바지도 뚫는다는 수십 마리의 바다 모기가 분위기를 깼다. 인터뷰중 연신 긁어대는 기자에게 그는 모기약을 권하며 “한번 뿌리고 하시죠. 저는 한 통을 다 뿌리고 나왔어요” 했다.

모기약을 권할 때조차 그는 깎듯(?)했다. 말많은 연예계에서도 장동건에 관한 싫은 소리가 없다. 예의바르고, 겸손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김기덕감독도 “언젠가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 젊은 스타들중 동건이만 유일하게 일어서서 인사하더라”고 했다.

▼‘친구’같은 영화 제작 꿈▼

-71년생으로 서른이 넘었다. 결혼은?

“안성기 선배를 볼 때마다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아직은 결혼보다 밖으로 더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는 제작자나 감독의 꿈도 슬쩍 내비쳤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친구’같은 영화를 하고 싶은데 아무도 시켜주지 않으면 그때 직접 만들려고요 (웃음)”

위도〓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