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마늘 수입을 자유화하기로 합의하고도 국민을 속인 사태는 결코 실무적 책임자 두 명의 사표로 적당히 덮어질 일이 아니다. 정부기관 혹은 국회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더 윗선의 잘못도 파헤쳐야 한다.
이번 사태로 물러난 한덕수(韓悳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및 서규용(徐圭龍) 농림부 차관과 당시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말이 엇갈리는 것도 문제다.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부 장관은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합의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외교부는 김 전 장관이 합의문을 공람한 뒤 서명했다며 그가 말바꾸기를 한다고 비난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또 당시 다른 국무위원들은 책임이 없는지 그리고 대통령 보고라인에 있던 당시 청와대 고위인사들은 할 일을 다했는지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진상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연장 불가’조건은 당시 협상의 핵심이었는데 대통령에게 그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도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이다. 누가 국민을 속인 진짜 책임자인지를 따져야 한다.
경제 전체를 안 보고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논리로 3년 전 중국산 마늘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늘 주산지가 지역구인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가 중국산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도록 힘쓴 사실을 자랑하며 이번에도 앞장서 싸워 확고한 대책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이 또다시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정치논리로 몰고 가는 것은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어렵사리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도 이제는 한국에 대해 WTO 제소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무역보복으로 나오는 비정상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큰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중국 정부도 WTO 회원국으로서 WTO가 부과하는 여러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