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낀 3,4일 짧은 여행
회사원 허대영씨(27·서울 도봉구 창동)는 올 여름 따로 휴가계획을 잡지 않았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연간 13일간의 정기 휴가를 나눠 사용하면 토, 일요일을 합쳐 언제든 3, 4일씩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허씨의 이번 여름휴가는 다음주 금요일에 하루 휴가를 내 3일간 여관 대신 찜질방을 찾아 묵으면서 경남 통영 인근의 섬과 동굴을 구경하는 게 전부다. 나머지 정기 휴가는 가을이나 겨울에 필요할 때 주말을 끼고 받아 사용할 계획이다.
주5일 근무제의 확산과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취향이 맞물리면서 직장인들의 휴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주말과 정기 휴가를 잘 이용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기를 피해 가을이나 겨울에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정기휴가는 여름 피해서
회사원 이미경씨(29·여·경기 성남시)는 가을에 떠나는 휴가를 선택했다.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10월경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올 예정이다. 이씨는 “틈틈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여름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한가롭고 여유 있게 휴가를 만끽하기 위해 가을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휴가 시즌이 분산되자 휴가 성수기를 맞은 여행사들은 예년에 비해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면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올해는 ‘여름 휴가 자리 많습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내는 여행사가 속출할 정도. 대신 앞으로는 여행 비수기였던 가을에 휴가를 떠나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비한 상품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쉬는것 벗어나 취미살리기
서울 중구 크린세계여행사 조석환 대표이사(41)는 “동남아로 여행하려는 고객이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30%가량 줄었다”며 “앞으로는 단기 여행객을 위해 태국 필리핀 등의 3박4일 상품을 집중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휴가 기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휴가 목적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놀면서 쉬다 온다는 생각에서 취미를 살리고 뭔가를 배워오겠다는 휴가가 늘고 있는 것.
스노보드 타기를 좋아하는 회사원 김성철씨(29)는 여름 휴가 대신 스노보드를 맘껏 탈 수 있는 겨울에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허브’ 동호회 회원인 안혜원씨(27·여)는 회원들과 함께 11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의 허브농장에 다녀왔고, 만화 그리기와 로봇을 좋아하는 윤서인씨(29)는 게임과 로봇 전시회가 열리는 일본의 한 박물관으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김정운(金珽運) 교수는 “지금까지는 ‘휴가〓여름’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이 같은 인식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여행 관광업계는 물론 문화 등 다른 업계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