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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브리티시오픈]자연앞엔 '황제'도 인간

입력 | 2002-07-21 23:42:00

“이런…”마지막 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한 타이거 우즈가 4라운드 13번홀 그린에서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안타까워하고 있다. 뮤어필드AP연합


신(神)만이 ‘황제’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존재였을까. 어떤 견제에도 한치 흔들림이 없었지만 하늘이 내린 혹독한 시련 앞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장갑을 벗을 때까지 투혼을 보였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

22일 새벽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GL(파71)에서 열린 제131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58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올 마스터스와 US오픈 챔피언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7·미국)는 전날 비바람이 퍼붓는 악천후 속에서 무너진 충격에서 벗어나 6타를 줄이며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했다. 최종합계 이븐파를 기록, 3라운드 공동 67위에서 공동 2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이하 22일 0시 현재).

여느 대회 마지막 라운드와 달리 오전조로 일찌감치 경기를 시작한 우즈는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활짝 갠 하늘 아래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에 보기는 단 1개에 그쳤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따내려던 그의 꿈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1996년 프로 데뷔 후 자신의 최악 스코어였던 81타로 무너진 전날 3라운드의 추락은 더욱 뼈아팠다.

우즈가 비운의 주인공으로 전락한 데는 악명 높은 스코틀랜드의 날씨가 몰아닥친 오후에 티오프하면서 힘없이 쓰러졌기 때문. 굵은 빗방울이 얼굴을 때렸고 최고 시속 50㎞에 가까운 강풍과 섭씨 5도의 추위에 시달리면서 그의 천재성은 자취를 감췄다.

비옷에 목까지 덮는 티셔츠로 무장했으나 그리 큰 도움을 받지 못했고 18홀을 도는 동안 젖은 장갑을 12차례나 바꿔야 했다. 17번홀에서 간신히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버디를 낚은 뒤에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양팔을 번쩍 들며 활짝 웃었다.

그랜드슬램을 향한 우즈의 야망은 이제 다시 한해 뒤로 미뤄져야 한다. 그래도 그는 결코 실망하지 않는 눈치다. 도전 자체를 즐기겠다는 듯하다.

한편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우승컵인 클라렛 저그를 차지하기 위한 선두권의 혼전이 거세게 벌어졌다. ‘일본의 타이거’ 마루야마 시게키가 10번홀까지 5언더파로 어니 엘스(남아공) 게리 에번스(잉글랜드) 스콧 호크(미국)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소렌 한센(덴마크) 페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 6명은 4언더파로 두꺼운 공동 5위 그룹을 형성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우즈의 프로 데뷔 후 최악 라운드 순위순위스코어연도대회라운드(1)812002브리티시오픈3(2)791996호주오픈1(3)781999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3781996투어챔피언십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