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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약세장 ‘리스크관리 秘法’ 있다

입력 | 2002-07-22 17:17:00



삼성증권 주식운용팀은 1월 이후 월 평균 700억원의 회사 돈을 주식에 투자해 18일 현재까지 120억원을 벌었다.

4월1일 이후 7월12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11.46% 떨어지는 동안 동원증권이 회사 돈으로 운영하는 K펀드의 수익률은 2.83%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4월18일 937.61이던 주가지수가 6월26일 701.87로 25.14%나 떨어지는 동안 한일우체국보험기금주식형 등 한일투신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3개는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하고도 수익률이 15∼16%만 떨어져 ‘약세장을 이긴 주식형 펀드’ 1∼3위를 차지했다.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와는 달리 웃을 수 있는 이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기복이 심한 한국 증시의 위험을 잘 관리했다는 공통점이다.

▼‘낮은 위험-중간 수익’ 추구하라▼

▽시장의 방향성에 투자하지 않는다〓삼성증권의 주식운용팀은 과거와는 다른 투자기법을 1년째 시험하고 있다. 시장중립형(market neutral)펀드가 그것이다. 과거의 투자가 시장의 오르내림에 자산의 운명을 전적으로 맡겼다면 시장중립형 펀드는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절대 자유’(non-direction)를 선언했다.

시장에서 자유로운 비결은 헤징(위험회피)이다. 주식운용팀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무조건’ 100% 헤지를 한다. 주식 100억원어치를 샀다면 반드시 코스피200선물 100억원어치를 동시에 파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내려 현물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선물(先物)에서 이익을 남겨 손해를 없앤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현물에서 남긴 이익을 선물에서 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익을 남길까. 현물의 포트폴리오에 비밀이 있다. 김영권 주식운용팀장은 “코스피200선물을 팔아 시장 평균 하락률만큼의 위험을 헤지한 뒤 시장 평균 상승률보다 더 오를 종목으로 현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이익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방법은 황영기 사장이 “시장이 오르면 증권회사도 돈을 벌고 시장이 내리면 손해를 보는 천수답식 수익구조를 떨쳐버리는 새로운 투자방법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고객의 수익률을 높여라”고 지시,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싸게 사면 손해볼 일 없다〓K펀드를 운용하는 이채원 동원증권 트레이딩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치투자 전문가. 가치투자가 ‘내재가치가 우량한 주식을 쌀 때 사서 장기간 보유하다가 제 값이 되면 파는 투자기법’이고 보면 가치투자 K펀드가 하락장에서 강한 것은 당연하다.

이 팀장은 “주식을 쌀 때 샀기 때문에 약세장이라도 주가가 크게 내리지 않고 주식이 제값을 향해 오르는 동안 비중을 차츰 줄이기 때문에 시장이 정점을 치고 내리더라도 급락할 종목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K펀드는 증시가 정점을 나타내기 직전인 3월 삼성전자 등 많이 오른 종목을 처분하고 한전 한국가스공사 삼천리 등을 사들였다. 시장에서 오래 소외돼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상태이고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 내수비중이 높은 주식들이다. 이를 통해 ‘낮은 위험과 중간 정도의 수익’(low risk middle return)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중요한 원칙. ‘수익률 극대화’보다는 ‘위험의 최소화’를 통해 원금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금리보다 높은 적정한 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K펀드 2년간 수익률 122.7%▼

▽‘무조건 고(go)’는 교만하다〓한일투신운용은 시황을 잘 판단해 주가지수 800선 이상에서 방어적으로 주식을 사고판 것이 적중했다. 미국 증시가 내려도 한국 증시는 오를 수 있다는 차별화 논리를 믿지 않았다. 또 주가지수 800 이상에서는 증시의 고유한 가치보다는 연기금 등이 풀어놓은 ‘돈’이 주가를 올린다고 판단했던 것.

홍호덕 주식1팀장은 “상승장에서 돈을 번 펀드는 유명해지고 하락장에서 큰 손해를 본 펀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매니저들이 일단 공격적으로 펀드를 운용한다”며 “그러나 ‘무조건 산다’는 식의 매매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결론은 좋은 주식 고르기〓이들 펀드는 자산배분이 아니라 종목선정으로 승부를 건다. 어떤 종목을 얼마나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삼성증권은 기본적 분석을 통해 시가총액이 큰 초대형주 가운데 내재가치가 충실한 것만 집중 보유한다. 또 가치와 성장성을 함께 가진 중소형주를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김 팀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최고의 투자지표로 꼽았다. 동원증권은 종목을 고를 때 기업의 수익, 자산, 배당성향 등을 기본으로 기본적 가치(규모 역사 사업전망 등), 경영자의 자질, 재무건전성, 안정성, 성장성 등 8가지를 고려한다. K펀드는 이런 방법으로 2000년 4월∼2002년 3월 122.7%라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한일투신운용은 주가지수가 800까지 오르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많이 오른 종목을 팔고 한전 등 하락장에서 강하면서 시장이 오를 때 함께 오르는 종목을 샀다.

미국 증시의 폭락으로 증시의 위험이 큰 상황이어서 이들의 ‘저위험 투자법’은 당분간 시장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종합주가지수 하락보다 수익률 하락이 적었던 주식형 펀드 20위운용사펀드 설정일설정액(억원)기간중수익률(%)설정이후수익률(%)한일한일우체국보험기금주식1- 12001.11.19 500 -15.18 18.56한일한일우체국보험기금주식1- 22001.11.21 500 -15.43 17.01한일한일성장_프리미엄주식Y -12001.11.26 100 -16.83 21.09국민주은베스트성장주식 12001. 9.18 3,396 -17.02 45.88신영신영우체국보험기금주식1- 32001.11.28 500 -17.18 24.23삼성삼성에버그린주식751999. 8. 2 75 -17.38 -10.73한화한화우체국주식I- 32001.11.28 500 -17.51 24.06한화한화우체국주식I- 22001.11.21 500 -17.71 23.72한화한화우체국주식I- 12001.11.21 500 -17.72 23.78국민온국민파이팅!코리아2002. 4.10 1,153 -18.21 -9.66미래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2001. 2.14 967 -18.26 87.26템플턴템플턴Growth주식22001. 8.28 1,856 -18.63 66.65교보VISION21C뉴아이주식C12002. 2.20 98 -18.70 1.74신한포트중기주식S12001. 8. 1 50 -18.72 37.18와이즈와이즈에셋주식형 12002. 3.21 104 -18.80 -

.80신한포트중기주식Z12001. 8.23 113 -19.10 36.43KTBKTB 글로벌스타주식형펀드2001. 7.25 72 -19.11 57.12대한GallopKorea블루칩바스켓주식V-12002. 3. 8 1,491 -19.30 -2.42대신대신BULL우체국보험기금주E1- 12001.11.26 500 -19.48 27.97템플턴템플턴그로스주식32002. 1.15 1,842 -19.60 22.06시장평균(종합주가지수)수익률(%) -25.14주식편입비율이 60%이고 설정액이 50억원 이상인 주식형 펀드 98재를 조사.
기간중 수익률은 4월18일(종합주가지수 937.61)과 6월 26일(종합주가지수 701.87)을 비교. 설정이후 수익률은 7월 19일 기준가로 계산. 자료:한국펀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