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 기자
미국프로야구의 대표적 명장중 한명인 LA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은 ‘술보다는 담배, 담배보다는 여자가 낫다’고 말했다. 술은 근육을 망가지게 하는 최대의 적으로 심폐기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야구의 경우 차라리 담배가 낫고, 이보다는 적당한 성생활이 야릇한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다는 핑크빛 담론이었다.
하지만 최근 롯데 백인천감독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쳐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곰곰 생각해보니 한국적인 상황에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란 수긍이 갔다. 이 얘기를 화두로 꺼낸 이유는 백감독이 얼마나 카리스마의 화신인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백감독은 90년 LG의 창단감독으로 팀에 첫 우승컵을 안겼지만 이듬해 성적이 떨어지자 창단우승의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 채 재계약에 실패했다. 가슴속에 항상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던 그에게 있어 선진 야구단임을 자부하는 LG 프런트의 잦은 간섭은 도저히 참아내기 힘든 고난이었다.
인생살이에 있어 최고의 장점인 동시에 최악의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백감독의 광기에 가까운 카리스마는 그의 젊은 시절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경동고 시절 서울운동장(현 동대문야구장)에서 홈런을 친 첫 고교생이었던 그는 아직 채 여물지 않은 10대 후반의 나이에 ‘조센징’과 ‘매국노’의 이중 비난을 감수하며 일본에 진출했고 20년 가까운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다. 강하지 않으면 곧 죽음이라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뼈로 느끼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이런 그가 지난달 사령탑을 맡은 꼴찌 롯데의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백감독은 취임 즉시 무명에 가까운 젊은 선수를 중용하는 대신 파이팅이 약한 기존 선수를 대폭 물갈이했다. 장래성과 기동력을 강조했고 결국 토종 거포 조경환과 외국인 투수 매기를 SK에 내주는 대신 교체 외야수 윤재국과 내야수 박남섭을 데려오는,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수지가 맞지 않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간판스타인 문동환과 이대호마저 트레이드 대상이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백감독의 지론은 어차피 올해는 끝난 만큼 당장에 손해를 보더라도 가능성 있는 선수들로 팀을 바꿔 내년 시즌에 대비하겠다는 것. 하지만 급진적인 개혁에는 부작용과 반작용이 따르는 법.
과연 백감독의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내년이면 어느덧 환갑을 맞게 되는 그의 성적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