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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우먼 25시]⑦남성 직장인이 본 여성 직장인

입력 | 2002-07-22 17:39:00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대기업 금융회사 외국인회사 등에 본격 진출한 지 10여년. 남성 직장인들은 “남자들이 남자란 이유만으로 권리를 누리던 시절은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계 은행인 뱅크원은 올해 초 입사 2년 된 26세의 여자 대리 A씨를 과장으로 발탁했다. 군대 때문에 입사가 늦어 A씨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남자 대리는 물론이거니와, 입사 자체가 더 빨라 나이가 4, 5세 더 많은 남자 대리 여러 명을 제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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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휴가 안쓰는 ‘억척’늘어▼

뱅크원 박형규 차장은 “외국계 은행이긴 하지만 몇 년 전 국내 대기업에서 내가 경험한 일과 180도 달라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이 98년 초 다니던 한 회사는 “부서별로 1명씩 퇴출 직원을 골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부서장은 출산휴가 중이던 15년차 고졸 여직원을 꼽았다. 박 차장은 “누구도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그럼 남자가 나가야 하느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남성 직장인들은 “여성에 대한 발탁인사는 더 이상 큰 뉴스거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묻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변화에는 당황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여성이 약진하는 배경에는 상당수 직장여성의 억척스러운 자기관리가 영향을 미친다. LG카드 윤경수 과장은 “회사에서 능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여자 직원일수록 남성 이상으로 업무에 철저하다”고 말했다.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커리어우먼이 늘어난 것도 ‘자기관리’를 반영한다. 실제로 생리휴가는 남성 직장인 사이에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는데서 오는 ‘빠른 입사’와 더불어 누리는 혜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S증권 S차장은 “채권 중개를 하는 동료 여직원들은 월차, 생리휴가 등을 전혀 쓰지 않고 일한다”며 “똑같이 일하고, 필요하면 똑같이 술 마시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동료 여직원을 진짜 프로로 느끼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은 여성이 ‘제값’으로 평가되는 시기가 30대 초 중반까지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외환상품 영업을 하는 외국계 은행 차장은 “젊은 동료 여직원에게 ‘밀릴 수 있다’라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다”며 “그러나 30대 중반 이후 간부직으로 갈수록 남성이 ‘대접’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빠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성 직장인을 보는 관점은 세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이지 않는 승진차별 여전▼

40대 후반인 시중은행 K부장은 “여자 부하직원은 실수했을 때 혼내기도 어렵고, 고된 일을 맡기기도 좀 그렇다는 이야기를 동료 부장 사이에서 한 적이 있다”며 “솔직히 여직원 다루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30대 중반의 벤처사업가 권형택 대표는 “내 딸이 앞으로 ‘여자라는 이유’로 직장생활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