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군사 소설 작가인 톰 클랜시의 ‘아메리카 만세’는 어디까지일까.
영화 ‘썸 오브 올 피어스’(The Sum of All Fears)는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에 이어 그의 소설중 네 번째로 영화로 만들어진 것. 이 영화에서도 그는 잭 라이언을 등장시켜 미국 지상주의를 주장한다.
CIA의 정책연구원 잭 라이언(벤 애플렉)은 박사 학위 논문에서 내다본 것처럼 알렉산더 네메로프가 러시아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CIA국장 빌 캐봇(모건 프리먼)에게 중용된다.
러시아로 핵사찰에 나선 라이언 일행은 러시아의 간판 핵물리학자 3명이 사라진 것을 알아내고 배경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신 나치주의 세력은 1973년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 전폭기가 분실한 핵폭탄을 입수하고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위해 미국에 핵폭탄을 반입한다.
‘썸 오브…’가 ‘피스 메이커’ 등 미국을 겨냥한 기존 테러 영화와 다른 점은 핵폭탄이 미수에 그치지 않고 터진다는 것. 한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핵폭탄이 터지고, 참석했던 대통령은 가까스로 참변을 모면한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고 쌍방간의 전쟁은 초읽기에 들어간다.
미국 영토 내 핵폭발이라는 이례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톰 클랜시 원작의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극한으로 치닫던 양국의 긴장 관계가 비현실적으로 해결되기 때문. 양국 수뇌부가 확전과 공격 자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라이언은 1급 통제 구역까지 무단 침입해 러시아와 교신을 시도한다. 클랜시가 ‘미국〓세계 경찰 국가’라는 컨셉트를 위해 만들어낸 라이언은 주변의 조롱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 대통령과 전쟁을 막기위한 격론을 펼친다.
‘아마겟돈’ ‘진주만’에 이어 ‘뉴 아메리칸 카우보이’의 이미지를 굳힌 벤 애플렉의 연기는 볼 만하다.
핵폭발이 9·11 뉴욕 테러를 연상케한 탓인지 미국에서는 5월 말 개봉 직후 ‘스타워스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을 누르고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8월2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