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성공이 내일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긴장을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 막을 내린 TV용 3차원(3D) 애니메이션 ‘레카’의 제작업체인 ㈜드림픽처스21(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032-228-4300)의 김일권 사장(38)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11월 방영 예정인 ‘레카Ⅱ’(EBS)의 제작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틈틈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다.
김사장은 레카Ⅰ이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자 어느 때보다도 신이 나 있다. 레카(LEXA)는 ‘너를 위하여 가라’는 뜻의 히브리어 ‘Lekh Lekha’에서 따온 말.
26회분(1회 30분) 방송이 끝나기도 전인 올 초부터 중국과 싱가포르 등 30여개 나라에서 수입 주문(편당 300만원)과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그는 수출만으로도 올해 2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DVD 출판 등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등 총매출 목표를 수정해야 할 정도로 국내외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
‘레카’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3D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EBS TV를 통해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내 시청자들이 2D 애니메이션에 익숙해 있는데다 작품의 내용이 마법과 환상 모험 등을 다룬 ‘판타지’ 장르였기 때문.
하지만 김사장은 “교육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취향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야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며 한 편에 8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밀어붙였다.
곤지 잼잼 등 아이들과 친숙한 캐릭터의 이름에다 ‘우정과 사랑’을 주제로 한 탄탄한 줄거리 덕분에 ‘레카’는 지난해 말부터 EBS의 인기 프로그램 순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또 자녀와 함께 TV를 보던 30대 주부들도 상당히 좋아했다는 것. 현재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50여개의 ‘레카 동호회’가 구성돼 있다.
레카가 순수 국내 기술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 박재형 감독(35)은 “국내 애니메이션 기술력은 세계적이지만 그동안 투자가 부족해 자체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레카’의 성공은 이런 풍토를 개선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장은 “올해부터 2005년까지는 집중 분야를 하나씩 선택, 총매출액을 84억원에서 250억원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애니메이션센터 설립 등을 통해 관련 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