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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독일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 현장

입력 | 2002-07-23 16:09:00

라인가우 음악축제에서 연주하고 있는 금호현악사중주단


《슈만 교향곡 3번 ‘라인’의 유장한 선율이 들려올 것 같은 독일 라인강 유역.

언덕배기마다 펼쳐진 포도밭들이 초여름의 찬란한 햇살 속에 푸르름을 더하는 오후, 저마다 내력을 간직한 듯한 작은 마을과 성채마다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이 지방 특산인 화이트 와인을 한잔씩 들고 짙어오는 저녁 대기의 내음과 와인 향기를 맡으며, 이들은 옛 성관(城館) 이나 수도원에서 열리는 한여름 화음의 축제를 기다린다. 유럽 최대 규모의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의

현장이다.》

6월말부터 9월초까지 두달 남짓 독일 헤센주 라인가우-타우누스 군(郡)일대에서 펼쳐지는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은 1988년 시작돼 15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음악축제. 그러나 하루 두세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해 모두 80여가지의 콘서트를 선보이는 축제의 규모는 ‘풍성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북부독일에서 열리는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음악축제 등 여타 음악축제가 30여개 남짓한 프로그램을 갖춘 데 비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연주회 중간의 휴식시간(위)과
이 음악축제의 발상지인 요하니스베르크성

단지 크기만이 자랑거리는 아니다.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하는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라인하르트 괴벨이 지휘하는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알프레드 브렌델,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 첼리스트 하인리히 쉬프,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즈 등 참여 악단이며 솔리스트의 수준과 숫자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정도.

올해 이 축제에는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의 금호 현악사중주단이 초청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리더·한양대교수) 김경아,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송영훈으로 구성된 금호현악사중주단은 이 축제가 처음 시작된 요하니스베르크성(城)에서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5번, 필립 글래스의 현악사중주 3번 ‘미시마’,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1번 ‘나의 생애에서’를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일간지는 리뷰 기사를 통해 ‘윤이상의 곡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작곡자의 섬세한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리뷰 기사들은 특히 스메타나의 곡에서 첼리스트 송영훈이 펼친 섬세한 감정표현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19일 비스바덴의 ‘ESWE 포럼’에서는 중세에서 현대까지 두루 망라하는 이 축제의 다면성(多面性)을 엿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가 제공됐다. ‘미니멀(極小主義)음악의 선구적 거장’으로 불리는 미국 현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가 출연해 대담 형식으로 자기 작품을 해설하고 현대 음악 전문 악단인 ‘앙상블 모데른’ 등이 ‘3중 현악4중주곡’ ‘디퍼런트 트레인스’ 등 그의 대표곡을 연주했다.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

라이히는 테이프에 사전 녹음한 합주와 무대 연주자들이 협연하는 색다른 방식의 연주를 통해 ‘반복의 미학’의 특징을 가진 자기 음악 세계를 표현해냈다. 그는 “초기 나의 음악은 반복적 요소가 강해 악보도 몇 페이지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변화 양상이 훨씬 더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20일 요하니스베르크에서 열린 ‘클래식 마라톤’은 젊은 연주가의 소개 및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온 이 음악축제의 또다른 면모가 드러난 무대. 6명의 솔리스트와 1개의 중창단이 출연해 이름 그대로 4시간에 달하는 음악의 대향연을 펼쳤다.

특히 이날 피날레는 줄리어드 음대에 재학중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배영란(22)이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배영란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또렷하면서도 힘찬 표현으로 연주해 청중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라인가우 음악 축제의 설립자 겸 총감독인 미하엘 헤르만은 “세계 다양한 장르와 성향의 1급 연주가를 초청하면서도 매년 두세개 씩의 핵심적 주제를 정해 축제의 ‘집중도’를 높인다. 120여개에 달하는 민간기업의 후원 덕택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 거대한 축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라인가우 음악축제는 9월1일까지 계속된다. http://www.rheingaufestival.de

비스바덴(독일)〓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