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권효기자
22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내 상덕사(尙德祠). 여교사 15명이 남자 교사 14명과 ‘나란히’ 의관을 갖추고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 선생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를 참배하는 알묘(謁廟) 의식을 가졌다.
1574년 건립된 도산서원 상덕사에 여성이 출입하기는 이번이 처음. 도산서원은 그동안 유교의 남존여비사상에 따라 여성들의 상덕사 출입을 허용치 않았으나 4월 열린 당회(堂會)에서 여성에게도 알묘를 허용키로 결정했다.
알묘를 마친 여교사들은 도산서원의 중심 건물인 전교당(典敎堂)에서 서원의례를 배우고 선비정신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여교사들의 이번 알묘는 퇴계의 삶을 체험하기 위한 행사의 하나. 여교사 87명을 포함해 전국의 초중등교 교사 230명은 이날부터 8월 말까지 8차례로 나눠 도산서원 내 선비문화수련원에서 2박3일간 생활하면서 퇴계의 삶을 체험하게 된다.
퇴계 이후 영남유학의 총본산 역할을 한 10평 규모의 전교당에 여성이 공식적으로 출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 안심여중 박용순(朴龍順·38·여) 교사는 “수 백년 동안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던 곳이라 그런지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도산서원 이용태(李龍兌·69) 원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도산서원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것은 시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