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인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나라다. 같은 유교문화와 동일한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한국의 문화는 중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자주 실감한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돌출행동을 꾸짖을 때 흔히 “너 이러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교육을 무의식적으로 받아 왔기에 그만큼 남들이 뭐라고 하는 데 신경을 쓴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한국인들은 개고기 식용에 관한 외신보도 때문에 적잖이 곤욕을 치렀다.
프랑스인을 비롯한 일부 서구인들은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너무나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다. 주로 복날에 보신을 위해 먹는데 1년 내내 몸보신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나도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어 먹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땅 위를 걷는 것 중 책상다리와 하늘을 나는 것 중 비행기를 빼고는 다 먹는다는 중국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개고기를 먹는 것이 그 무슨 죄에 해당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식용 개고기를 먹지만 애완견을 먹지는 않는다. 그건 한국인들이 생선회를 먹지만 관상용 금붕어를 횟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의 비판뿐만 아니라 칭찬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은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
이번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8강 진출에 실패한 후 이례적으로 한국 축구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공영방송들은 매일 주요 뉴스로 이를 크게 다루었고 한국인들의 역사적 반일감정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
이 글의 목적이 절대 반일감정의 고취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한국인들이 이번 일본인들의 찬사를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일본인들은 일반적으로 상대가 적이든 동지든 어떤 분야에서 자신보다 유능하면 철저히 승복하는 프로다운 냉철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직시해야 할 것은 일본인들에게 감정과 인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우호적 감정을 키워 가는 것은 잘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가끔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한국의 금붕어는 굳건히 살아 있다. 한국인들은 한국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가끔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는 인생이 아니겠는가.
▽추이진단(崔金丹) 교수는 누구?▽
1970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생해 중앙민족대학 민족학과를 졸업한 뒤 94년 한국에 국비 유학생으로 들어와 성균관대에서 중국어 어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98, 99년 혜전대학 외국인 전임교수를 거쳐 99년 3월부터 현재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이진단 한신대 교수·중국지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