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처음으로 월가(街)의 대형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이 회사 운영담당 최고책임자(COO)인 스탠리 오닐(50)을 차기 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회사 일상업무를 총괄해 온 오닐은 12월2일 취임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1996년부터 CEO를 맡아온 데이비드 코만스키(63)는 12월 물러나 내년 4월 말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그의 퇴진은 메릴린치가 최근 투자자를 오도하는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1억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알래스카주 출신인 오닐은 동네 병원이 흑인 산모를 거부하는 바람에 다른 마을의 병원에서 태어났다. 조지아주 도라빌의 제너럴모터스(GM) 조립라인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던 그는 GM이 사내 대학으로 세운 케터링 연구소를 거쳐 1974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후 GM의 재무업무를 맡다가 1986년 메릴린치로 옮겼으며 1998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1968년 메릴린치에 주식중개인으로 입사해 경영 요직을 두루 거친 코만스키와는 달리 중개인 경력이 전혀 없는 오닐은 지난해 대규모 감원, 고위간부 교체, 사업부문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을 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자’에 뽑히기도 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