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범강 '부처와 그의 네명의 아내'[사진제공=일민미술관]
‘I LOVE YOU’.
이 로맨틱한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광화문네거리 일민미술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로맨틱’에 대한 타성적인 기대는 산산이 부서진다. 온통 충격이다. 잘린 자신의 얼굴을 들고 들여다보는 사람, 서로에게 혀를 날름거리는 어른과 아이, 물고기 뱃 속에서 꿈들거리는 인간의 얼굴들, 통나무에 붙어 흐느적거리는 사람 키만한 붉은 혀…. 원색적이고 섬뜩한 분위기의 드로잉과 조각 40여점.
처음부터 관람객을 의문 속으로 몰아넣는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저런 섬뜩함이 사랑이라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작가 문범강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물고기가 사람을 낳고 여인이 거미를 낳고 나뭇잎이 사람 얼굴이 될 수는 없는가. 내가 보지 못했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존의 선입견을 거부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그로테스크하게 형상화한 것이 전시 작품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작품이 원색적이고 관능적이라는 사실이다. 관능은 욕망이다. 욕망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법. 그래서 작품은 생동감 넘친다. 그의 작품에서 욕망은 곧 생명이 된다.
전시에서 좀더 눈여겨 볼만한 것은 작가의 생명이 무차별적이라는 점. 경계가 없다. 죽음의 그림자가 짙은가 하면 거기에 무언가 살아 꿈틀거린다. 인간과 동물이 한 몸이다. 성스러움과 속됨이 하나다. 이럴진대 이성과 감정의 이분법이 애초부터 자리잡을 수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상들이 어울려 묘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를 놓고 누군가 “잡종 교배의 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잡종 교배는 열려있는 시각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작가의 말을 한 번 더 빌면, “고정관념을 버리고 늘 열려있는 의식으로, 자신 속으로 들어가 내가 누구인지 집요하게 탐구해야 한다. 의식이 열려있지 않으면 진화가 불가능하다.”
이제 여기서 당혹스러웠던 ‘I LOVE YOU’의 뜻이 하나 둘 드러난다. 모든 생명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랑,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집요한 사랑. 작가가 그 사랑의 편력 끝에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전시는 8월11일까지. 02-2020-2055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