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따라 논란이 계속돼온 신상공개의 정당성 여부가 정식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으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3차 신상공개 강행 방침을 밝혔으며 여성단체 등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한기택·韓騎澤 부장판사)는 19일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전직 공무원 A씨가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규정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 2∼5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죄자의 명예를 공개적으로 실추시키는 것은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고통과 징벌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형벌(명예형)로서의 속성을 지닌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신상공개가 ‘처벌’에 해당된다고 보는 이상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는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자체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신상공개 대상자를 결정, 공개하는 것은 법관에 의해서만 재판 및 처벌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00년 7월 15세의 여중생과 성관계를 갖고 6만원을 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확정돼 신상공개 대상자로 선정되자 신상공개처분 취소 청구소송 및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공개를 막은 뒤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보호위는 “대상자의 신상 일부만 공개하는 것이므로 형사처벌적 요소나 인권침해 소지는 없다”며 “청소년 보호와 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9월 675명을 대상으로 한 3차 신상공개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법원은 법리에 얽매이지 말고 사회의 보호대상인 청소년들의 성보호라는 대의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법원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청소년보호위는 지난해 8월과 올 3월 2차례에 걸쳐 성범죄자 612명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직업 등 신상과 범죄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정부중앙청사 게시판 등에 공개한 바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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