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로 또다시 선진 축구를 배우려는 축구유학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엉터리 축구유학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2, 3년 전 남미로 축구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이 정작 축구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나쁜 길로 빠져 방황한 뒤 귀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상파울루로 축구유학을 떠났던 오모군(13)은 6개월 동안 인근 여관방에 묵으면서 변변한 축구시합도 하지 못한 채 거의 감금생활을 해야만 했다.
수영장이 딸린 깨끗한 기숙사에 10면이 넘는 잔디구장, 학력이 인정되는 사립학교 등 떠나기 전에 비디오로 본 현지 축구학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작 여관방 하나에 3명이 같이 쓰면서 잔디구장 1곳에서 인근 동네 아저씨들과 축구시합을 하고 학교도 1주일에 두 번 정도 등교해 출석만 하고 돌아오는 게 전부였다. 또 오군에게 드는 월 150만원의 비용을 중간 브로커가 떼어먹는 바람에 현지 코치가 오군의 여권과 비행기표를 빼앗고 오군을 볼모로 잡아놓았던 것.
오군의 아버지(42·서울 양천구 목동)는 결국 브라질까지 찾아가 아들을 구했지만 한국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국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유망주로 꼽히던 아들의 꿈을 접을 수가 없었고 특히 6개월 간 다닌 브라질 중학교의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국내 중학교로의 전학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을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보냈다가 실망만 하고 다시 한국으로 데리고 온 남모씨(45)의 경우도 비슷하다.
남씨는 “현재 남미에 있는 300여명의 유학생 가운데 축구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생활마저 망가진 학생이 80%나 된다”며 “학부모들이 현지 사정도 모른 채 엉터리 유학 알선 업체들의 말만 듣고 무작정 보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업체를 통해 축구유학을 갈 경우 드는 비용은 월 170만∼180만원. 여기에는 축구훈련비, 숙식비, 정규학교 수업료, 원정경기비, 프로리그 관전비, 의료비까지 포함돼 있다.
스포티즌 심찬구(沈贊求·32) 사장은 “학부모들은 검증된 클럽을 선택하고 특히 학력이 인정되는 정규학교 교육이 가능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했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