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하기 모국연수 수료식'에 참석한 해외입양아 출신들 - 권주훈기자
“짧은 기간이지만 모국을 알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주최한 ‘제11차 하기 모국 연수’에 참가한 해외입양아 출신인 19명의 성인들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이 복지회 건물에서 수료식을 가졌다.
이날 수료식에서 참가자들은 연수기간 중 선물로 받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손을 잡은 채 애국가와 ‘사랑해 당신을’ 등의 노래를 부르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들은 마지막 순서인 답사 도중 또다시 모국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운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등 5개국에서 온 이들은 3일부터 17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홀트복지타운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국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태어난 뒤 세계 각국으로 입양된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한국문화를 익혀 한국인임을 잊지 않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홀트아동복지회는 각국 입양기관의 추천을 받아 참가자를 선발하고 있다.
이번 행사 참가자는 20∼30세로 여성이 17명이고 남성은 2명이며 직업별로 보면 대학생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업 2명, 간호사 2명 등이었다.
첫 교육이 시작된 4일 이들은 난생 처음으로 흰색 도복을 입고 태권도 기본자세를 배웠다. 이틀째는 전주대 김성철 교수가 한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에 대해 강의했고 정귀채 한국민속예술단장은 꽹과리와 북 등을 이용해 사물놀이를 가르쳐 주었다.
노르웨이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에이나 아이렌 로랜드(한국명 이선아·27·여)는 “태권도와 사물놀이는 둘 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지만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피부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다도 및 예절교육 시간에는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 등이 마련한 한복과 다기세트를 선물로 받아 한복을 입고 전통 다도를 배우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을 찾아가 민박을 했고 경주에서는 왕릉 등 문화유적지를 둘러봤다.
또 이들 중 입양기관에 맡겨진 과정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던 2명은 연수기간 중 각각 오빠와 고모를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홀트아동복지회 성경희 과장(44·여)은 “훌륭하게 자라 이렇게 한국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이들이 대견스럽다”며 “앞으로 입양아 출신을 위한 모국체험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