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로에서는 서울 강남북의 경치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어디서 만나지?” (A)
“글쎄, 분위기 좋고 전망좋은 데 없나?”(B)
A는 이 순간 망설이게 된다. ‘기본적인 희망사항’인 듯 보이지만 B가 말한 두 조건을 충족시키면 값비싼 호텔의 식당이거나 도심에서 떨어진 경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옆에 올초 생겨 난 ‘시네시티’ 복합극장빌딩 15층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 ‘안젤로’(02-549-0079)는 배고픔을 달래주거나 미식(美食)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사람보다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장시간 혹은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어야 할 때,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더 적합하다. 영화감상 후라면 강남 거리를 헤매고 주차난에 시달리며 별도의 장소를 섭외할 부담도 줄여준다.
안젤로 특선요리인 밀라노 스타일의 전채 '만주까르파치오'
크게 ‘바’와 ‘식당’ 두 개의 공간이 있는데 각각 남산기슭과 한강다리, 강남 빌딩들에서 내뿜는 색채감 높은 불빛을 굽어볼 수 있다. 와인 맥주 양주를 마실 수 있는 ‘바’ 부분이 조금 더 어둡다. 실내 조명은 전반적으로 어두운데 설치된 지점별로 빛의 강약이 차이가 나 상대방이 고개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얼굴이 달라보이기도 한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데다가 테이블 간 거리도 조금은 멀어 비밀이야기를 하기에도 좋다. ‘베르사유 궁전’ 분위기를 도입했다는 인테리어는 심플한 갈색과 베이지색 목재들이 주를 이룬다.
‘캘리포니아식 이탈리아 요리’를 표방, 정통식보다는 향과 양념이 약하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더 맞다. 텐더로인 스테이크, 비프슬라이스, 가리비와 새우 파스타 등 메인 메뉴의 가격은 2만∼5만원. 스타일 구기지 않으려면 극장과 다른 입구로 들어가 식당까지 한번에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좋다. 밸릿파킹 가능.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영업.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