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 음악 평론에서 독보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강헌씨가 29일부터 4주간 EBS ‘강헌의 시대로 본 대중음악’(월∼목 밤 10·50)을 강의한다.
16편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국내 첫 대중 가요로 불리는 1926년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서 21세기초 ‘힙합’까지 한국 대중 음악의 여정을 사회상에 비추어 조명한다.
현재 대중 음악은 장년은 트로트, 청년은 힙합을 즐기는 것으로 공식화돼 있다. 그러나 이런 세대별 대립은 자본주의가 도입된 1950년대 이후 발생한 것으로 불과 50여년전의 일이다. 이전에는 오히려 ‘세대’보다 ‘계층’에 의해 문화의 향유 양상이 달랐다.
강헌씨는 이번 강좌를 통해 각 시대별 10대 문화의 발생과 세대간의 문화 격차 양상을 추적한다. 50년대 중반 서구에서는 프랭크 시내트라로 대표되는 스탠더드 팝이 10대의 문화였던데 비해 당시 한국의 10대를 사로잡은 것은 ‘트로트’였다. 60년대, 미국의 10대 문화는 로큰롤이었고 한국에서는 통기타를 앞세운 포크음악이었다.
강씨는 “한국에서는 1980년대 들어 10대 문화가 주류 문화의 패권을 장악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미국에서 케이블 음악 전문 채널 MTV이 생기고 한국의 컬러 TV가 보급된 시점과 일치한다. 또 1990년대 초반 10대를 열광시킨 서태지가 이전 스타들과 다른 점은 기성 세대의 보수 이데올로기에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강씨는 “음악은 시대상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며 “최근 연예계 비리도 뒷거래로 일그러진 우리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서울대 국문학과와 서울대 음악대학원 음악학과(이론 전공)을 나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