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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81…아리랑(20)

입력 | 2002-07-25 18:40:00


“暴力 - 暗殺, 破壞, 暴動의 目的物을 大略 列擧하건대,

1, 朝鮮總督及 各官 官吏

2, 日本天皇及 各官 官吏

3, 偵探奴, 賣國賊

4, 敵의 一切 施設物“

-뭐라 물어야만 하나, 아니면 가만히 잠자코 있어야 하나, 우철이 망설이면서 감제풀 껍질을 벗기자 뼈처럼 하얀 줄기가 드러났다.

“日本人移住民은日本强盜政治의機械가되야 朝鮮民族의生存을威脅하는先鋒이되야있은즉 또한 우리의暴力으로驅逐할지니라”

동생을 받아준 산파 할머니의 동그란 얼굴이 떠올랐다. 이나모리 키와라고 합니다, 약간 쉬었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나모리 키와는 어떤 폭력으로 구축되는 것일까? 폭탄? 권총? 단도? 곤봉?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는 이나모리 키와, 폭탄에 사지는 잘려나가고, 얼굴은 금니를 씌운 치근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 광경을 떨쳐버리려고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지만, 이나모리 키와는 또렷한 윤곽으로 우철에게 다가왔다.

“일본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몰라. 한 번도 일본 사람이 돼 본 적 없으니까” 우홍은 맥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봄바람을 맞은 감제풀 줄기가 마른 가지처럼 말라 가칠가칠해졌다. 우철은 가지를 내던지고 관자놀이에 돋은 땀을 닦았다.

“남은 날이 얼마 없어” 우홍은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내리듯 말했다.

“…남은 날?”

“김원봉 장군은 우리하고 비슷한 나이에 일제에 폐쇄된 학교를 재건하기 위해서 온 밀양을 돌아다니면서 80엔이란 큰돈을 모아 교장 선생님한테 내밀었다. 열일곱 살 때는 보통 옷 입고 무전 여행을 떠났고, 열아홉 살에 천진에 있는 덕화(德華)학당에 입학해서, 스물두 살 때는 중국인 혁명가한테 폭탄을 제조하는 법을 배워 열세 명의 동지들과 의열단을 결성하고 단장이 됐어”

우철은 일본말을 써야 할지 조선말을 써야 할지 몰랐다. 교내에서는 조선말이 금지돼 있는데, 일본말로 얘기하다가 선생이 듣기라도 하면-, 조선말과 일본말을 번갈아 쓰고 있는 우홍이도 아마 모를 것이다.

“그런 삐라 갖고 있으면 안 무섭나. 들키면…”

“무서운 건 경찰이 아니다. 무서운 건 길들여지는 거다. 나는 몇 년 뒤에 상해에 가서 의열단에 들어갈 거다. 구축왜노(驅逐倭奴), 광복조국(光復祖國), 타파계급(打破階級), 평균지권(平均地權)”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