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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인터뷰]'셰익스피어 인 뮤직' 준비 박은희 단장

입력 | 2002-07-25 18:40:00


“저요? ‘축제를 만드는 여인’이죠.”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박은희 단장(50)이 만드는 무대는 언제나 뭔가 다르다. 8월 13, 14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 ‘셰익스피어 인 뮤직’도 범상치 않다.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제목을 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템페스트’, 멘델스존이 ‘한여름밤의 꿈’ 상연을 위해 쓴 ‘축혼 행진곡’, 셰익스피어의 시에 곡을 붙인 고금의 가곡이 소개되는 이 묻는 그야말로 ‘음악으로 본 셰익스피어’.

“86년 50여명의 연주자로 페스티발앙상블을 창단한 후, ‘우리에게는 축제로서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없다고 느꼈어요. 개념없이 늘어놓은 듯한 프로그램으로는 청중을 불러 들일 수 없죠.”

미국 맨해튼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귀국한 뒤 82년부터 FM 라디오에서 클래식 실황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프로그램만 봐도 흥미를 느낄 만한 음악 축제를 접하면서 ‘우리도 뚜렷한 개념을 가진 콘서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세계의 여러 음악 축제를 직접 보고, 가지 못한 행사 의 프로그램을 사모으는 등 ‘공부’ 많이 했습니다.”

그가 펼쳐온 ‘개념있는 콘서트’의 이력은 화려하다. 94년 바그너의 영향을 받고 아마추어 작곡가로 활동했던 철학자 니체의 음악을 국내 처음으로 조명했고, 97년에는 현대음악가 한스 젠더가 표현주의 스타일로 편곡한 색다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선보였다. 98년에는 쇤베르크가 실내악용으로 편곡한 말러 교향곡 ‘대지의 노래’를 연주했고, 99년에는 국내에서 유독 ‘바람’이 일지 않았던 라이히, 글래스 등 미니멀음악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모두 ‘국내초연’.

발레 연극 등 다른 무대 예술의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그의 독특한 장기다. 4월에는 스트라빈스키의 실내음악극 ‘병사의 이야기’를 7명의 연주자와 3명의 배우, 1명의 내레이터로 무대에 올렸다.

“음악 외에 뮤지컬 발레 연극 등 다른 장르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은 모두 아우를 수 있으니, 어릴 때 꾼 꿈의 나래를 활짝 폈다고 할까요?”

지난해 그는 서울 연강홀에서 공연된 ‘맨해튼 플라자’의 주연을 맡아 ‘연극배우’로 깜짝변신하기도 했다.

“무대를 좀더 이해하기 위한 짧은 변신이었죠. 저는 어디까지나 음악가입니다.”

‘연극광’인 남편과도 유학시절 공연장에서 만나 맺어진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극비평을 전공하고 있는 장녀(26)가 부모의 기질을 이어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