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건설계획이 세워졌던 호남고속철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건설교통부가 25일 발표한 기본계획안에는 경부고속철도 건설 때와 달리 철저한 사전조사와 경제성 검토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6공 정권이 설계도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공사를 시작한 경부고속철도는 사업초기 시행착오와 끊임없이 제기된 부실공사 시비로 여러 차례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몰렸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교통 환경 문화재 등 11개 분야 전문기관과 함께 교통수요와 노선의 적합성 등을 미리 종합 점검하겠다는 것. 25일 발표한 기본계획안은 중간 보고이며 내년 6월 최종안이 확정된다고 건교부가 거듭 강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및 운용〓호남고속철도의 기본 노선은 서울에서 일정 구간까지 경부고속철도를 함께 사용하고 중부지역에서 분리된 뒤 익산 광주 등을 거쳐 목포에 조성 중인 남악신도시까지 연결된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1단계 공사에서는 호남선을 개량해 고속철도를 운행하되 교통량이 가장 먼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부 분기역∼익산 구간을 신설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역∼용산역∼광명역∼중부 분기역까지는 경부고속철도 노선을, 중부 분기역∼익산 구간은 신설된 노선을, 익산∼목포 구간은 개량된 호남선을 각각 이용해 고속열차가 운행된다.
2단계에서는 서울∼중부 분기역 구간을 신설한다. 이때 서울 출발역은 양재동이나 수서에 건설된다. 서울 출발역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함께 이용하는 서울역∼용산역∼광명역 구간은 교통량이 빠르게 한계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 출발역에서 기존의 경부고속철도와 만나는 경기 화성시 정남면까지 구간을 1단계 사업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3단계는 교통수요가 많지 않은 익산∼목포 구간으로 2025년 이후 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한다. 용산역과 양재(수서)역을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역시 장기과제로 남겨놓았다.
▽기대 효과〓교통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지역의 교통여건이 크게 좋아진다. 호남고속철도 전 구간이 신설되면 서울∼목포의 통행시간은 현재의 4시간40분(호남선 새마을호 기준)에서 1시간38분(천안역을 분리역으로 할 때 기준)으로 줄어든다.
경부고속철도에 이어 호남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전국이 그야말로 ‘하루 생활권’이 되는 셈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기간교통망이 완성되는 것도 큰 소득이다.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해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갖추는 효과도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