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재 통일부 공보관이 25일 기자들에게 북한의 서해교전 유감표명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원대연기자
북한이 25일 오후 전화통지문을 통해 전격적으로 전달해온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 표명에 대해 정부는 일단 명백한 사과와 유감의 표시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명백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을 받아내기 전까지는 당국간 접촉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입장〓정부는 북한의 유감표명에 대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차관은 북측의 유감표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명백한 사과와 유감 표시로 간주한다”며 “과거 북한의 문제 해결방식을 고려할 때 대단히 진전된 태도로 보여진다”며 대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정부는 1996년 잠수함 침투사건 때와 비교할 때 북한의 태도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에는 북-미회담을 통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유감표명을 했으나 이번에는 북측 장관급회담 단장 명의로 우리측 수석대표에게 직접적으로 유감표명을 했다는 게 정부측의 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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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라고 보기엔 애매한 표현〓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감표명이 매우 애매한 데다 문구 가운데 사실을 왜곡하는 단어들이 숨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감표명을 긍정 평가하는 전문가들조차도 ‘명백한 사과’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우발적으로 발생한’이라든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등은 북한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우선 북한은 우발적이라는 표현을 통해 상황 발생에 ‘계획된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이 표현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인 교전지점이 남한 영해가 아니라 북한 경비정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공동의 노력’이라는 문구 역시 책임 회피성 성격을 띠고 있다. 무력충돌이 발생한 데에는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기본 인식을 내비친 표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6년 잠수함 침투사건 때보다 상당히 진전된 표현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오히려 후퇴했다는 분석도 많다.
당시 북한은 ‘잠수함 사건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다짐하며’ 등의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명확한 재발방지 약속과 유감의 대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를 ‘명백한 사과’로 규정지은 정부의 입장정리는 성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남북관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 전례
관련사건 및 시기
표현 내용
표현 주체 및 성격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
(1968.1.21)
1972.5.4
“그것은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었으며 우리 내부에서 생긴
좌익맹동분자들이 한 짓이지 결코 내 의사나 당의 의사가
아니었다.”
김일성 주석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
에서(비공식)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76.8.18)
1976.8.21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쌍방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군사정전위 수석대표가
유엔사령관에게 구두
전달(비공식)
북한잠수함침투사건
(1996.9.18)
1996.12.29
“막심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남조선 강릉해상에서의 잠수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조선반도에서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함께 힘쓸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이 성명
발표(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