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정조대의 정의가 나와 있다. ‘여성의 음부를 가리는 자물쇠가 달린 금속제 밴드’라고. 정조대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12세기경 유럽에서 십자군 기사들이 오랫동안 원정을 갈 때 아내와 애인들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이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정조대가 르네상스기에 발명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이는 당시의 성풍속이 그만큼 문란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조대 제조 기술자가 정조대에 맞는 열쇠를 하나 더 만들어두었다가 정조대를 가져간 남편의 부인들에게 다시 팔았을 정도다.
정조대에 관련된 우스갯소리도 전해 내려온다. 십자군 원정에 참여할 것을 결심한 용감한 기사가 있었는데 원정 준비를 하며 집사에게 열쇠 하나를 건네주고 뒷일을 부탁했다. “이건 마님의 정조대 열쇠다. 내가 만약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면 이 열쇠를 사용하도록 해라.” 비장한 각오로 길을 떠나던 그에게 집사가 말을 타고 오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따라잡을 수 있어서. 주인님! 이 열쇠가 맞지 않습니다!” 10년은커녕 한 시간도 안 돼 정조대를 열려 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그렇다면 21세기인 지금에도 정조대를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과거와는 매우 딴판이다. 섹스를 금지하고자 사용했던 정조대가 이제는 섹스용품 숍에서 가죽제품으로 진열, 자극적인 섹스를 즐기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에겐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강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과거 정조대의 착용은 온갖 편법을 동원, 문란한 성생활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도 성에 대한 억압이 강했던 시대일수록 미혼모가 증가하고, 동성연애가 극성을 부리거나 성병이 확산되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고 한다.
만일 자신의 남편 혹은 아내가 외도라는 ‘금지된 장난’에 빠져 있다면 분노와 원망으로 배우자를 탓하기 전에 그동안 배우자에게 보이지 않는 정조대를 채우며 숨통을 조이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 정규덕/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