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의 묘/노사카 아키유키 지음 홍영의 옮김/272쪽 8000원 팬더북
1945년 9월 21일, 고베 산노미야 역. 전쟁고아 세이타는 ‘오늘이 며칠일까, 며칠이나 되었을까…’만을 머리 속으로 되뇌이다 숨을 거둔다. 이투성이인 세이타의 옷을 살펴보던 역원은 하라마키(배를 보호해주는 복대) 속에서 작은 사탕 깡통을 발견한다.
역 앞 불탄 자리에 여름풀이 무성해진 어둠 속으로 던져진 깡통 속에서 나온 작은 뼈 조각 세 개. 세이타의 여동생, 세츠코의 유골이었다.
‘반딧불의 묘’에서 죽음은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 전쟁고아 오누이가 맞게 되는 냉엄한 현실에서 더러워지고 여위어가다, 결국 죽고 마는 어린 소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일상적인 삶의 소중함이 담겼다.
오누이는 어둠으로 가득 찬 방공호의 모기장 속에 반딧불이를 모아 불을 밝히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죽어있는 대부분의 반딧불이들을 묻으며 세츠코는 얘기한다.
“나… 다 들었어. 엄만 벌써 죽어서 무덤 속에 있대…. 그래서 이렇게 반딧불이도 무덤 속에 넣어 주는 거야. 엄마가 무섭지 말라고….”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