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 국무장관
강경파가 대거 포진한 미국의 외교안보팀에서 유일한 온건합리론자로 꼽히는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과연 매파의 틈바구니에서 버틸 수 있을까.
25일 워싱턴 관가에선 파월 장관의 조기사임 문제가 새롭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가 장문의 1면 기사로 파월 장관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전하며 그의 중도 사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일련의 정책 이견과 파월 장관이 최근 중동 및 유엔인구기금 지원 문제에서 패배한 것은 국방부와 국무부 등 일각에서 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며 “백악관 및 국방부 매파와의 갈등은 이젠 더 이상 감추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또 백악관에서 외교정책을 둘러싼 내부 이견과 사임 위협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현재의 이견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부 장관과 조지 슐츠 국무부 장관과의 갈등 이후 최악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 등과 외교정책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도 항상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해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동맹국들을 상대로 부시 행정부의 방침을 두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파월 장관은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압둘라 아프가니스탄 외무장관과의 공동회견에서 조기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자 “노”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취임 이후 언론은 2주 간격으로 나의 사임에 관한 기사를 써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국무부 직원들도 파월 장관의 조기 사임을 둘러싼 관측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파월 장관은 국무부 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며 “대부분의 직원은 파월 장관이 장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중동국가들은 부시 대통령에겐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지만 파월 장관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파월 장관은 부시 행정부 내에서 명성과 지지도 면에서 부시 대통령에 버금가는 유일한 각료이기도 하다.
문제는 파월 장관이 과연 주요 외교정책에 관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들과의 근본적인 견해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타임스는 “파월 장관과 부시 대통령의 관계는 따뜻하고 사사롭기보다는 예의를 갖추는 직업적인 관계”라고 전했다.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나누거나 함께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장관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좀처럼 좌절하지 않는 타입인 데다 흑인으로서 다른 마이너리티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관직을 끝까지 지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대내외의 논란이 계속되는 한 그와 매파들과의 알력 및 이에 따른 사임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워싱턴〓한기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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