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상대당이 작성했다는 ‘문건’을 놓고 연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26일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97년 대선을 앞두고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선기획서’란 문건을 공개했다. 한나라당이 ‘이회창(李會昌) 불가론’ 문건을 소재로 삼아 “공작정치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연일 맹공을 펴는 데 대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임 의원은 “‘이회창 불가론’ 문건은 우리 당 외곽기구 실무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지만, 한나라당 측의 ‘대선기획서’는 당뿐만 아니라 정부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경찰 등이 총동원돼 작성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만큼 완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A4용지 400여쪽 분량의 이 문건에는 △김대중(金大中·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논리 △언론관리대책 및 언론매체별 활용 방안 △종교별 대책 △남북관계 및 경제상황 관리 △대기업 활용대책 등 20개 분야의 선거 전략이 망라돼 있다.
또 △김대중은 대권도전 4수의 당대 최고 독재자이며 민족분열 조장으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요인이다 △최고선거지휘본부는 청와대 정무 및 민정 수석비서관, 정부의 내무부장관 경찰청장, 안기부장 등으로 구성한다 △(집권을 위해) 남북관계는 저강도 긴장관계를 유지한다 △대기업 중견기업의 부도 처리는 가급적 대선 이후로 연장한다 △TV는 완전 장악하고 신문은 유력지 중심으로 비판 논조를 차단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 문건은 이미 97년 10월 모 주간지가 보도한 것이고 지난해에도 모 월간지가 재탕 보도한 것”이라며 “이 문건은 우리 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이 문서가 작성됐다는 96년 10월경 이 후보는 평의원이었다”며 “민주당은 예전에도 그렇듯이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우리 당을 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