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과 파월(派越)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출생한 이른바 ‘라이따이한’들이 “한국인 아버지의 자식임을 확인해 달라”는 인지청구 소송을 통해 잇달아 한국 국적을 얻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필곤(金泌坤) 판사는 26일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온 라이따이한 R씨(30)가 이모씨(68)를 상대로 낸 친생자 인지청구소송에서 양측의 진술 및 DNA검사를 근거로 “이씨와의 친생자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아버지인 이씨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R씨는 대한민국 국적은 물론 법적인 아들로서 상속권 등도 자동으로 인정받게 됐다.
R씨는 70년대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자동차 수리공으로 근무하던 이씨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이씨가 74년 혼인신고까지 해놓고 베트남전쟁이 끝날 때쯤 혼자 호주로 떠나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산업체 근로자로 입국한 라이따이한 김모씨가 한국인 아버지(70)를 상대로 인천지법에 낸 같은 소송에서 승소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김씨가 친자임을 인정해 김씨는 현재 한국인으로 모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김씨가 승소한 뒤 베트남에 남아 있던 형제자매 3명도 소송을 내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승소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한국 성(姓)이 김씨인 라이따이한 2명도 호주로 이민간 아버지를 지인의 소개로 어렵게 만난 뒤 4월 서울가정법원에 인지청구 소송을 내는 등 유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해온 박오순(朴五淳) 변호사는 “베트남전에 파견된 국군 외에 기술자 등으로 파견된 한국인에게서 태어난 2세 등 라이따이한들의 수는 1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같은 ‘뿌리찾기’ 소송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