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해사태 유감표명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기조가 하루만에 바뀐 경위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분분한 실정이다. 특히 25일 통일부 측이 보인 ‘적극 환영’ 반응에 대해 일각에선 ‘여론 탐색용 띄워보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루만에 달라진 대응기조〓북한의 유감표명 전통문을 전달해온 25일 통일부는 즉각 북한의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3시경 북측 전통문이 판문점 남측 연락관에게 전달된지 1시간여 만인 오후 4시20분 김형기(金炯基) 통일부차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할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어 배포한 자료에서 “북한의 이번 전통문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측의 연락을 받고 대응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은 과거와 비교해볼 때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나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가 유감표명을 해온 데 대한 반가움이 앞선 끝에 본질적인 문제에 눈감은 게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북한의 서해교전 책임에 대해 성급히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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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러나 26일 김형기 차관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 이후에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섰다. 정부 당국자들은 관계부처 회의가 끝난 뒤 북한의 제의에 대한 수용여부는 물론이고 향후 전망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만을 내보였다.
전날의 급박했던 움직임과 비교해볼 때 지나칠 정도로 ‘여유’있고 신중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관계부처간 협의내용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대북 전통문 답신 일자를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기류 변화 배경〓정부의 대응기조가 이처럼 하루만에 달라진 것은 북한의 유감표명에 대한 비판적인 국민여론을 뒤늦게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첫 대응이 여론수렴 없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는 북한의 통지문을 전달받은 직후 정부의 대응과정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의 유감표명은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을 통해 오후 3시30분경 청와대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시간도 안돼 통일부 차관이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 일부 핵심 부처 핵심관계자들만 협의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현(丁世鉉) 장관을 비롯한 핵심 당국자들이 이날 낮 서울시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했다가 부랴부랴 복귀할 정도로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여론수렴을 통해 차분히 대응방안을 강구하기보다는 북측의 유감표명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 장관은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북한의 유감표명직후 김형기 차관이 이를 사과로 본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기자들이 강한 표현을 쓰고 싶어하기 때문에 김 차관이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김 차관의 적극적인 환영 발표가 대언론용의 성격이 짙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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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