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림의 '바다와 나비'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덕수궁의 매력은 돌담길 만이 아니다. 덕수궁 안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과 궁중유물전시관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전시관에서 멋진 기획전이 동시에 열린다면, 그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 주말 현대미술관 분관에선 ‘올해의 작가-전혁림’전이,궁중유물전시관에선 ‘황실복식의 품위’전이 동시에 열린다.
전혁림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2002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것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 올해 86세인 한국화가 전혁림의 화력(畵歷) 60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회화와 조각 70여점이 선보인다.
그의 미술은 ‘화려한 색채’ ‘한국적 전통과 환상’으로 요약된다. 줄곧 경남 통영에서 그림을 그려온 작가. 그는 통영의 남해 바다와, 바다 위로 출렁대는 강렬하고도 처절한 햇빛을 보면서 그림을 그려왔다. 그래서인지 선명하고 화사한 빛을 그대로 그림에 옮겼다. 화려한 색의 향연이다.
그 화려한 색은 한국의 새와 꽃 풍경 문자 등 한국적 소재와 문양들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그것을 기하학적 추상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기하학적 추상적으로 표현된 것을 보면 한국적 소재와 전통이 환상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전혁림의 이같은 회화는 결국 그리움이다. 고향 바다 전통, 나아가 근원에 대한 그리움. 이번 전시에선 작가의 최근작도 선보여 노화가의 치열한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9월22일까지. 02-779-6641
바로 옆 궁중유물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면 조선 황실의 복식을 감상할 수있다. 고종의 아들이자 조선 마지막 황태자인 영왕(이은·1970년 작고)과 영왕비(이방자·1989년 작고) 일가의 궁중 복식과 관련 유물 280여점이 선보인다. 순종을 알현할 때 입었던 대례복인 홍룡포를 비롯해 각종 의례복과 일상복 노리개 등등. 현재 남아 있는 궁중복식 중 가장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조선 왕조 마지막 황태자 일가의 쓸쓸한 운명과 조선 궁중 복식의 화려함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28일까지. 02-771-9954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