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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현지 ‘눈높이 마케팅’ 빛났다

입력 | 2002-07-28 17:10:00



한국암웨이는 올 1·4분기 매출액에서 전 세계 54개국의 암웨이지사 중 1등을 차지했다. 한국암웨이 매출이 미국 본사를 앞서기는 처음이다.

매출액 상승세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99년 1770억원에서 2000년 3430억원, 2001년에는 7250억원으로 거의 매년 갑절로 늘고 있다.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전망.

이를 인정해 미국 본사는 6월 한국인을 지사장으로 임명하고 한국을 ‘포커스마켓(Focus Market)’으로 지정했다.

다단계판매업체인 암웨이가 한국에 진출한 지 11년. 아직까지 ‘피라미드 판매조직’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불리한 조건에서 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혈연과 지연을 이용한 영업방식이 한국적 풍토에 잘 들어맞았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정서는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 이것만으로는 경제규모가 10배나 큰 일본에서보다 더 높은 매출을 이룰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24시간 내 배달 시스템〓한국암웨이의 가장 큰 특징은 잘 발달된 물류시스템. 지역을 막론하고 전체 주문량의 95%를 24시간 안에 배달한다. 반면 TV홈쇼핑 업체들의 평균 배달시간은 2∼3일.

신속한 배달은 작년과 올해 완공한 충북 음성군과 부산 물류창고 덕분이다. 각각 대전 이북과 이남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홈쇼핑업체들이 수도권에 물류 거점을 두거나 택배업체 물류센터를 빌려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객과 상품의 접점인 택배업체의 서비스도 암웨이가 직접 챙긴다. 택배를 전담하는 대한통운 직원 중 매년 우수 배달사원을 암웨이가 선정해 포상하는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외국 암웨이지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대목. 한국암웨이는 회원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직접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국에 1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암웨이만의 영업방식으로 매출의 30%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뤄진다. 최근에는 일본암웨이에서 선진 모델로 배워갈 정도다.

▽현지마케팅 정착〓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하는 것은 한국암웨이가 내세우는 가장 성공한 현지화 사례. 국산 상품은 ‘원포원(One for One)’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된다. 원포원 제품은 이미 전체 매출액의 25%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품질관리를 철저히 한 덕에 북미와 일본에 수출할 정도.

고객관리도 다른 나라보다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맞춤형 상품소개 방식이 대표적이다.

통상 백화점이나 TV홈쇼핑업체들은 우편이나 e메일로 고객을 관리하지만 한국암웨이는 여기에 직접관리 방식을 도입했다. 우편이나 e메일을 발송한 후 상부회원(이른바 업라인)을 통해 각 회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외환위기와 인터넷〓인터넷은 한국암웨이를 급성장시킨 결정적인 조건이었다. 당초 인터넷은 인적 네트워크를 기초로 하는 암웨이식 판매조직을 뒤흔드는 부정적 요소로 간주됐다. 하지만 한국암웨이는 양자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설정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두꺼운 인터넷 사용자층은 암웨이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 장상순 한국암웨이 상무의 설명. 국내에서 인터넷과 PC통신 무선인터넷을 통한 상품 주문은 전체 판매량의 62%(2002년 6월)를 차지한다.

이 같은 한국암웨이의 온라인 활용사례는 세계 암웨이지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97년 외환위기도 한국암웨이가 급성장할 수 있는 계기였다. 쏟아져 나온 실업자들과 실직의 공포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대거 회원으로 편입됐다. 작년 말 현재 108만조(부부가 1조)에 이른 한국암웨이 회원은 영업사원임과 동시에 고객이다. 회원의 증가는 매출증가로 이어졌다.

▽유보적인 평가〓암웨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엇갈린다.

일단 긍정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 국민대 경영학부 이수동 교수는 “암웨이의 상품 구성이 생필품 위주로 구성돼 소비자 부담이 적고 품질을 확인하기 쉬우며 시험사용 빈도도 높다는 장점 때문에 확산이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전(口傳)효과를 통해 상품의 질이 증명되고 있으며 반품(返品)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차별화된 노력도 뒷받침되고 있어 유통시장의 틈새상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기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소비재 시장이 워낙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판매방식을 갖춘 암웨이가 호평을 받고는 있지만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 등이 대형 할인점 등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의 매출신장은 암웨이의 선전(善戰)이라기보다 낙후된 한국 유통시장이 가져다 준 반사이익이라는 것.

언뜻 보기에 ‘불량제품 강매 및 강압적 회원관리’로 요약되는 피라미드식 판매조직과 겉모습이 비슷하다는 점도 큰 걸림돌. 이 때문에 암웨이는 피라미드식 강매와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