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라이언 킹’ 이동국(포항 스틸러스)이 3경기 연속 골을 이어가며 ‘토종 골잡이’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 외국인선수 산드로(수원 삼성)에게 내줬던 정규리그 득점왕 자리를 찾아올 기세.
이동국은 27일 포항 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02 삼성파브 K리그 부천 SK와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시작과 함께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코난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공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오른발로 곧바로 때려 넣은 것.
이동국은 시즌 4골째를 기록, 토종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득점 선두를 유지했다. 포항은 이어 코난이 후반 10분 역전골을 잡아 2-1로 역전승했다.
이동국의 골 행진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월드컵 기간 중 납으로 만든 조끼를 입고 땀을 흘리며 체력을 키운 이동국은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펼쳐지는 정규 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강철 체력을 과시하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체력이 강해진 이동국은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뿐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일약 포항 전력의 핵으로 뛰어올랐다. 강한 슈팅에 비해 뒤떨어진다던 헤딩 능력도 보완됐다.
‘태극 전사’들이 4강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월드컵 기간 중 이동국은 나름대로 ‘숙제’를 충실히 하며 정규리그에 대비해 온 것
시즌 초반이지만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목표인 득점왕에 오르는 것은 단지 꿈으로 그치지만은 아닐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동국이 득점왕에 오르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물리쳐야 한다. 최근 우성용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고 있는 부산 아이콘스의 마니치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 마니치는 27일 홈에서 대전 시티즌을 맞아 우성용과 1골 1도움씩을 주고받으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마니치 역시 시즌 4호골째. 마니치의 강점은 우성용, 디디, 하리, 송종국 등 전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뛰어난 동료 선수들이 많다는 것.
이동국은 팀 동료 코난과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난 역시 이날 4골째를 기록했다. 크로아티아 용병 메도의 가세는 이동국과 코난 모두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27일엔 부천 SK의 용병 다보가 4경기째 만에 골을 잡아 득점 공동 선두에 합류했고, 전남 드래곤즈의 신병호는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27일 전적
전남 2-1 전북
부산 3-0 대전
포항 2-1 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