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철의 성장소설 ‘아홉살 인생’을 이희재가 재해석해 만화화 한 ‘나 어릴 적에’(도서출판 게나소나)가 표지와 종이를 달리해 본격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를 채비를 갖췄다.
‘나 어릴 적에’는 월간 소년중앙에 1년 6개월 간 연재되다가 1994년 9월 잡지가 폐간되면서 스토리를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 9월 나머지 100페이지 가량이 덧붙여진 완결된 작품으로 첫 선을 보였다.
출판사측이 최근 표지와 종이를 바꿔 ‘리노베이션’을 한 까닭은 최근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독자들의 관심이 만화에도 옮겨왔기 때문. 코팅된 아트지 표지에 다소 반사가 일던 본문 종이를, 거친 종이 질감이 느껴지는 크래프트지 표지에 반사가 없고 부드러운 모조지로 고급화해 스테디셀러의 권위를 더했다.
‘나 어릴 적에’는 이희재 특유의 크고 둥글둥글하며, 표정에는 언제나 그늘이 있는 캐릭터로 중장년층의 향수를 가슴시리게 그린 작품. 60년대의 달동네, 무허가 주택에서 배고프게 살았던 아홉살 여민의 눈은 어른들의 추억을 낱낱이 돌아본다. 동네에는 뒷산이 있고, 몰려다니는 아이들은 패싸움을 했고, 친구중에는 고아 기종이가 있다. 같은 반에는 부잣집 딸 장미가 있고.
아등바등 어울려 사는 데 재미를 붙이는 아홉살은 그러나 공포를 참지 못하며 헛것이 보이고 슬픔 때문에 밤에 신열이 오르는 고통을 넘겨야 하는 ‘나이’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 살았던 동네를 찾아가 보지만 훤칠한 아파트가 버티고 서 있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 곳, 아홉살.
청강문화산업대 박인하교수(만화평론가)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독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의 터치가 원작 소설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동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두 3권으로 이뤄졌으며 값은 각 권 7000원.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