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값 하락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까.’
급등하던 D램 값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이후 DDR D램 값과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함께 하락했다. 이는 미국의 악재와 겹쳐 종합주가지수 700선 붕괴를 부추겼다. 그러나 D램 값 하락은 단기급등 후 자연스러운 조정이란 지적이 많다. 해외 반도체 업체가 DDR D램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는 8월 중순 이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급등 후 자연스러운 하락〓256메가 DDR D램의 현물시장 평균 판매가격은 6월 14일 4.8달러에서 7월18일 8.5달러로 급등했다. 128메가 DDR D램 값도 6월 12일 1.95달러였으나 한 달 새 두 배로 올라 7월 17일 4달러에 거래됐다. 26일 256메가 DDR D램 값은 7.08달러, 128메가 DDR D램 값은 3.61달러로 떨어졌다.
동양증권 민후식 과장은 “값이 폭등하면 재고가 쏟아져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진다. 하락 폭이 예상보다 작아 앞으로 가격 및 관련업계 주가가 오를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D램 값이 소폭 떨어지는 과정에서 반등세도 나타났다”며 “삼성전자 주가와 128메가 DDR D램 값이 각각 32만원과 3.5달러선에서 바닥권을 다졌다”고 분석했다.
▽공급 차질에 주목〓5월부터 반도체 경기를 판단할 때 주로 수요 분야에 주목해왔다. D램 및 미국 PC수요에 따라 반도체 값이 움직인다는 판단이다.
7월 들어 D램의 공급 상황이 눈길을 끌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128메가 SD램에서 빠르게 256메가 DDR D램으로 바뀌면서 공급이 여의치 않은 까닭이다.
정 연구원은 “D램 제작 기술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미국 마이크론이나 대만 D램 업체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빼고는 DDR D램의 수율(제작량 대비 완제품 비율로 불량률의 반대 개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오진근 연구원은 “D램 성능이 좋아질수록 제작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걸리는 기간도 늘어난다”며 “다른 업체가 삼성전자를 따라가기가 더 어려워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이후 삼성전자 상승세 기대〓민 과장은 “미국 증시가 추가 폭락하지 않으면 삼성전자 주가는 8월초까지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증가, DDR D램 수요 등을 고려하면 9월경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6개월 목표주가로 51만원을 제시했다.
정보기술(IT) 수요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다. 정 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 긍정적 조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8월 중순 이후 반도체 경기의 큰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