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서해교전 유감 표명과 미 특사 수용 의사를 연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 때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 8개국 순방에 나선 파월 장관은 27일 중간급유지인 이탈리아의 한 미군기지에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백 외무상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포스트는 파월 장관이 북한의 서해교전 유감 표명과 남북대화 재개 요청 등에 대해 “북한의 발표는 긍정적 조치”라고 말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한편 국무부는 26일 북한 외무성의 미 특사 수용방침 천명에 대해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 등 국제사회와의 대화 재개를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 성명이 북한의 새로운 태도를 시사하는 것이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미국은 당초 10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북한에 특사로 보낼 예정이었으나 서해교전 발발 후 이를 취소했었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단 밝게 하는 것이나 그렇다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인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북한문제에 관한 한 국무부보다 더 강경한 백악관 국방부 등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월 장관은 지난해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 북한과 대화를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백악관의 제동으로 하루만에 이를 번복했었다.
미국의 주요 대북정책은 장관급 레벨에서 확정되나 이번엔 파월 장관이 외유 중이므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의 회의에서 북-미 대화 재개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