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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엉터리 입장권 별게 다 있었다"

입력 | 2002-07-29 09:27:00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은 아직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전국 10개 월드컵 경기장에서 또 한번 한여름 무더위와 싸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상대는 바로 월드컵 입장권.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입장권 발행에 차질을 빚은 바이롬사와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면서 실시하고 있는 입장권 절취분 확인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 경기 입장권 확인작업이 시작됐다.

23일까지 5일간 실시된 작업에서는 입장권 절취분을 구역(Block)별, 열(row)별로 분류한 후 좌석(seat)수를 체크하고 경기장 도면과 비교해 문제점을 찾아내는 순서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자원봉사자들을 당혹케 한것은 입장권 절취분에는 '섹터'가 표시돼 있지않다는 사실. 즉, 섹터가 구분되어 있지 않으면 'A구역 41열 2석'이라는 좌석이 각 섹터에서 총 4개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기장 도면과 비교하여 좌석수가 맞지 않는 경우만 따로 분류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드러난 오류는 ▲입장권 중복발행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좌석의 입장권 발행 ▲인쇄오기 등이었다.

특히 많은 관중이 몰린 한국의 준결승전에서는 '이렇게 엉망이었나' 싶을 정도의 비정상적인 입장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관중석은 만원사례, 서류상으론 공석사태▼

같은 좌석이 두번 발행된 경우를 자원봉사자들은 '더블'이라고 불렀는데, 대개의 경우 초대권과 관련된 것이었다. '$175' 또는 '175,000'과 같이 가격이 찍힌 일반 입장권과 달리 '$000'이라고 적힌 초대권의 경우 도면 확인 결과 상당수가 중복발행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중복발행은 정확히 집계할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섹터구별이 안되기 때문에 '더블'이 정확히 어떤 섹터의 좌석인지 확인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입장하지 않은 관객의 좌석과 '더블'된 좌석이 각각 하나씩 있을 경우 숫자상 정상으로 체크되기 때문.

결국 입장권 중복발행을 항의하는 관중에게 빈자리를 임의로 제공하다보니 실제 경기장은 가득 찼지만, 서류상으로는 입장객이 좌석수보다 적게 나타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값싼 입장권 사서 비싼 경기 보는 방법(?)▼

제작사의 실수로 '더블'이 된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편. 검사과정에서는 고의로 변조하거나 위조된 입장권마저 나타났다.

경기 번호가 '42'번인 중국과 터키전의 입장권을 변조해 경기 번호 '61'번 한국과 독일의 경기로 바꾼 표는 홀로그램과 위조방조용 펜이나 형광라이트로도 식별이 불가능했다. 이 경우 입장권의 가격을 보고 추정할 수 있지만 그마저 변조한 것은 끝내 확인할 수가 없다.

아무튼 중복좌석이 7개까지 나오기도 했으며 대략 100장의 변조된 입장권이 발견됐다.

▼"그런 좌석은 없는데요"▼

확인작업에서 드러난 입장권만 놓고 보면 상암경기장에는 도면에도 없는 좌석이 300여석이나 있었다. 모든 구역이 최대 69열까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각 구역마다 'M구역 113열 2석', 'M구역 115열 1석'과 같이 열이 잘못찍힌 황당한 입장권이 한두개씩 발견됐다.

특히 41열부터 시작하는 S구역은 1열에서 40열 사이로 표기된 입장권이 어림잡아 300장 가까이 발견됐다. 이러한 S구역의 무더기 유령티켓 사태는 준결승전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치러진 모든 경기에서 발생했다.

출입구나 구역, 또는 열이 잘못 인쇄된 인쇄오기도 많았다. 'D구역 H열', 'S14구역'과 같이 황당한 입장권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잘못되거나 없는 좌석에 대해서는 도면과 비교하여 새 좌석권을 발행해주는 등 현장에서 조치가 취해진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한 좌석을 두고 두 사람이 싸우는 일도 발생했다.

▼위조된 입장권도 판매됐다▼

한편 확인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는 입장권의 위조 사례도 많이 발견됐다.

"준결승전이 벌어진 상암 경기장 근처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위조 입장권으로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제지를 당하고 항의하는 모습을 눈에 띄었다"

경기 당일 검표를 담당한 자원봉사자 김지현(20)양은 "이 입장권은 종이 재질과 홀로그램이 기존 입장권과 다르고, 뒷면의 인쇄상태도 지저분하여 대부분은 검표소에서 검색이 되어 입장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경기장도 마찬가지▼

조직위가 지난 23일까지 전국 10개 경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장권 절취분 확인작업에서 서울 상암경기장 뿐만아니라 각 지방 경기장에서도 10장∼20장 가량의 중복 입장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월드컵조직위 운영본부 관계자는 "바이롬사에 도면을 제공한 후에 부산 경기장 도면이 변경됐기 때문에 일부 좌석이 없는 표가 발권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입장권 업무를 담당했던 박현숙 담당관은 "일부 중복좌석이 있었고, 모든 결과를 조직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부산 경기장의 경우 6월 4일과 6일 2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16장의 중복 입장권이 발견됐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