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데 있어 가장 소중한 것중 하나가 바로 친구. 프로야구계에도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이로 맺어진 친구들이 많다. 프로야구 사람들의 친구와 인맥을 매주 한차례씩 소개한다.》
▼친구처럼…형제처럼…
삼성 이승엽(26·사진왼쪽)과 두산 박명환(25)은 프로야구계의 ‘실과 바늘’이다.
이승엽을 찾고 싶다면 박명환에게 전화하면 된다. 박명환은 “이승엽 매니저로 불러달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나이는 이승엽이 한 살위고 선배지만 둘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형제처럼 서로를 끔찍이 아낀다.
둘이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은 97년 겨울. 한 선배의 소개로 식사를 같이 하면서부터 친해졌다. 이후로 이승엽은 서울로 올라오기만 하면 박명환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서울에서 잠자리를 해결할 만한 곳이 없었다”는 게 이승엽의 고백.
예전에 둘이 만나면 주로 찾아가는 곳은 당구장이었다. 이승엽이 당구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 둘다 150점 수준인데 한번은 둘이서 꼬박 날밤을 샌 적도 있었다. 내기당구를 해서 계속 이긴 박명환이 8만원을 땄는데 승부욕이 강한 이승엽이 집에 들여보내지 않았대나. 박명환은 “승엽이형은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둘의 우정이 깨질 뻔 했던 위기도 있었다. 2000년초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사태가 발생했을 때였다. 당시 구단분위기 때문에 가입하지 못했던 이승엽을 두고 선수협 가입자였던 박명환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36번(이승엽의 전화번호 저장번지)을 지우며 “다신 안본다”고 절교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서로의 오해가 풀렸고 이 사건이후 둘의 우정은 더욱 굳어졌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