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솔직해요. 가꾼 만큼 보답하고 뿌린 대로 거두죠.”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상류에 있는 대흥면 탄방리의 권희구(權熙球·60·사진)씨 집은 승용차 1대가 빠듯하게 지나갈 만한 농로를 거쳐야 접근이 가능하다.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마당에 들어서면 애완견 수십 마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200여평의 대지에 가옥은 30여평. 고추밭과 우사(牛舍)도 있다.
권씨는 3년 전만 해도 알아주는 장난감 제조업체인 ‘시앤에이치’의 상무이사였다. 그가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것은 농촌이 좋아서였다. 회사에 다닐 때 가끔 예당저수지로 낚시하러 왔다가 정이 든 것이다.“도시에서 거대 조직의 부품이 되기보다는 조용한 농촌에서 주인이 되고 싶어서 결단을 내렸죠.”권씨는 아직도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부인과 세 자녀의 반대가 심했으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2000년 겨울 충남 예산의 귀농학교를 통해 지금의 집터를 소개받았다. 퇴직금을 포함해 모두 6000만원을 들여 집을 고치고 논과 밭 3000평도 매입했다.최근에는 예당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별장용 주택지 300평도 매입했다. 농사일과 소 3마리, 애완견 30마리를 관리하는 게 하루 일과이며 아침저녁으로 인근 야산을 산책하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 수입도 괜찮은 편이다. 심심해서 키우기 시작한 애완견이 새끼를 낳기 시작해 1마리에 연간 1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득이 한창 때 회사에서 받던 연봉과 맞먹는 7000만원 수준입니다.‘시골에서 뭐 할 게 있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할 일도, 돈 되는 일도 찾아보면 너무 많아요.”
권씨는 지금은 혼자 살지만 내년에 막내아들을 장가보낸 뒤 합류하기로 한 부인(57)과의 노후생활을 기대하고 있다.
예산〓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