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그렌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 외국 제약회사의 로비압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국내 제약회사와 정부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먼저 묻고 싶다.
국내 제약사는 성분이 비슷하다는 주장으로 환자들의 건강은 멀리한 채 자기들의 약이나 카피약을 팔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환자들의 치료에 꼭 필요한 약의 처방을 막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시급하게 다가오는 몇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쇼그렌증후군이란 인체면역 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만성 자가면역 장애질환이다.
이 때문에 점액질, 타액, 누액분비샘을 포함하는 면역시스템이 손상돼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환자들은 입과 목, 피부와 안구 코 등이 바싹 타는 건조증을 겪으며,충치와 관절통, 소화장애 등 영속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런데 최근 쇼그렌증후군을 비롯한 관절염환자들에게 처방되던 대표적인 소염진통제인 신약 세레브렉스와 바이옥스의 처방이 사실상 금지됐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해서 위 천공 등의 소염진통제 부작용을 입증해야만 신약 처방에 따른 보험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병의 많은 환자들이 일반 소염진통제를 몇 개월 복용하면서 위에 부작용을 일으켜 위염과 소화불량으로 고생한 뒤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위 보호제를 또다시 처방받는 형편이다.
쇼그렌증후군 환자들에게는 위 내시경 검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구강과 식도의 분비물이 줄어들어 건조한 부분들에 내시경 기계들이 움직일 때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복지부 당국자들이 이런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몸은 염증과 통증이 있으면 효소(COX-2)가 생기는데 소염제는 이 효소를 억제해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염제가 ‘COX-2’ 효소뿐만 아니라 위의 기능을 돕는 ‘COX-1’ 효소까지 억제해 관절염 증세는 다소 호전되지만 소화불량, 위출혈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소염진통제를 처방받고 복용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복용을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또 신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위에 부작용이 생겨야 그때 가서 처방을 해도 좋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치아의 스케일링도 마찬가지다. 치아가 망가지는 치주염이 발생해야 그때 가서 스케일링을 보험처리해 주겠다는 이런 엉터리정책이 어디 있는가.
쇼그렌증후군 환자들은 구강 건조로 치아가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 30∼50대에 치아를 모두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최소한의 대책인 스케일링을 하지 못한다면 치아를 모두 잃어 의치를 하든지 임플란트 시술을 받게 된다. 그 비용은 모두 환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환자가 살 수 있는 복지국가야말로 진정한 복지국가가 아닐까.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기 위해 위 내시경 검사까지 해서 증명해야 하고, 치아는 망가져야 땜질해 주겠다는 행정이 어느 나라의 복지행정인지 모르겠다.
서석순 쇼그렌증후군 환우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