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의 장기 이식이 해마다 격감하고 있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0년 이후 장기를 제공한 뇌사자는 2000년 64명, 2001년 52명, 올 6월 말 현재 17명 등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장기 분배의 공정성을 기한다며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국립의료원 내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를 설립한 뒤로 오히려 뇌사자의 장기 이식이 격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법률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의 장기 기증 뇌사자는 125명이었으며 1999년에는 16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처럼 장기기증자가 줄어든 것은 현행법상 3개 권역별로 정해진 66개 병원이 순번대로 장기를 배분받기 때문에 자기 병원 차례가 아니면 장기이식센터에 관련 정보를 잘 제공하지 않거나 장기를 기증하도록 보호자를 설득하는 데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규를 개정해 뇌사자를 찾아내 장기를 기증하도록 한 병원에 대해서는 배분 순서와 상관없이 일부 장기를 분배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즉 뇌사자의 기증 장기 중 신장 2개를 모두 이식할 수 있는 경우 한 개는 배분 순서상의 병원에, 다른 한 개는 뇌사자를 찾아낸 병원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 공원 등에 장기기증자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국회 법사위 심의를 마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관련 시행령과 규칙을 고쳐 장기 이식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 관련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장기기증운동을 벌여온 민간단체들은 “뇌사자 보호자를 설득해 장기를 기증하도록 하는 활동이나 대국민 홍보에 이식관리센터가 소극적인 탓”이라며 관련 업무를 민간에 넘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민간단체는 “1988년 국립장기이식센터를 설립했던 일본은 실적이 부진해 1995년 민간단체에 업무를 이양했으며 유럽 역시 민간단체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뇌사자 장기이식 추이 (단위:명)1997년971998년1251999년1622000년642001년522002년(6월말현재)17
자료: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