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張裳) 국무총리 지명자는 비교적 차분한 어조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특히 민감하고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부인하면서도 총리 자질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답변 기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답변태도〓장 지명자는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며 답변에 비중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저의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니까 해명 시간을 달라. 답변도 듣는 게 청문회라고 생각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심 의원이 보충질문에서 거듭 3차례의 주민등록 이전 과정을 ‘투기 의도’로 몰아붙이자 “(그 질문은) 어떤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작업으로 본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장 지명자는 또 주민등록 이전 경위 등에 대해 “시어머님이 하신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국적을 포기한 장남이 계속 국내 주민등록에 등재된 데 대해서도 “어찌된 일인지 몰라 안타깝다”고 말을 흐렸다.
그러나 그는 ‘CEO 총장’으로서의 경험을 강조하는가 하면, 여성 총리의 안보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듯한 질문에 대해서는 “서해교전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보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안보관’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장 지명자는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의원이 “입술이 터졌네요. 힘드시죠”라고 묻자 “물 좀 마시겠다”며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48평짜리 아파트 두 채를 터서 사용한 것이 “호화주택 아니냐”는 질문에는 “총장이 된 후 손님도 많이 찾아오고 변변한 서재도 없어 그렇게 했다. 정말 죄송하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추궁태도〓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장 지명자 아들의 미국 국적취득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자제했다. 이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손녀딸의 ‘미국 원정출산’ 논란이 TV로 생중계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청문회가 시작되기 직전 ‘품격 있는 청문회’를 강조하면서 “민주당이 청문회를 빌미로 이회창 후보를 음해하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사전경고성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장 지명자 장남의 미 국적취득 문제를 들고나올 경우 이회창 후보 손녀 문제로 맞불을 놓으려고 준비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공격의 빌미를 찾지 못했다. 자연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간의 전선(戰線)도 형성되지 않았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