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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vs디지털]슈베르트 교향곡 ´미완성´

입력 | 2002-07-30 18:46:00

브루노 발터 지휘 / 지우제페 시노폴리 지휘


《이번 주부터 음반칼럼 ‘아날로그 vs 디지털’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류의 마음 속에 살아숨쉬는 명곡을 각각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명음반으로 비교감상하는 코너입니다.》

트윈 폴리오의 노래를 들으면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있었다.

기자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어떤 ‘코드’를 건드린 것 같아 깜짝 놀랐었다. 수십명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19세기 초의 음악과, 기타 반주로 노래하는 20세기 말의 2중창은 형식상 닮은 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미완성’을 듣는 청중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고적함, 애수, ‘외로운 길을 함께 가자’는 듯한 온화한 형제애의 호소는 송창식 윤형주의 2중창과도 어딘가 닮아 있다. 70년대 초반, 명동 종로 등에 산재한 음악감상실마다 ‘미완성’은 신청곡 1,2위를 다투는 인기곡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시대의 애수’라고나 할까.

‘미완성’이라는 제목에서 작곡가의 불우한 개인사를 유추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슈베르트는 요절 때문에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책상 서랍 속에 이 곡을 넣고 잊어버린 것 뿐이다. 슈베르트의 불운은, 그 자신 자기가 누구인지를 몰랐고, 자기가 쓴 작품들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잘 몰랐다는데 있는 것이었을까.

브루노 발터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컬럼비아사의 음반(아날로그·1958년 녹음)은 70년대 음악감상실에서 가장 애호받던 ‘명연’이다. 발터에 대해 얘기하자면 동료 지휘자였던 오토 클렘페러의 말이 먼저 떠오른다. “발터는 인격자요.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지.”

모든 연주자를 ‘동료’로 대했고, 친절하고 온화하기로 이름났던 발터는 음악마저도 그토록 온화했다. 때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그의 ‘온화함’이 가장 장점으로 빛을 발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바로 이 ‘미완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큼직큼직한 멜로디를 한없이 흘려보내면서 그 사이사이의 연결을 중시하는 슈베르트의 작법(作法)이 ‘연결의 대가’인 발터의 손 끝에 달콤하게 녹아든다. 오늘날 이 음반은 컬럼비아의 후신인 소니 레이블로 나와있다.

얼마 전 지휘대에서 심장발작으로 쓰러지면서 삶을 ‘미완성’으로 마친 지휘자 지우제페 시노폴리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음반(디지털·1984년 녹음)은 숙연할 정도로 수준높게 쌓아올린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시노폴리는 이례적일 정도로 템포를 느리게 잡아 연주의 긴장을 높이고 있지만 단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약간 황량하게 느껴지면서 깊이있게 느껴지는 사운드가 작품의 맛을 더하는데, 이는 시노폴리와 명콤비를 이루었던 녹음 엔지니어 클라우스 히만의 개성이기도 하다. 발매사는 도이체 그라모폰.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