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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백지상태 신당' 파문 확산

입력 | 2002-07-31 18:50:00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 연합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백지상태’의 신당 창당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 전체가 신당의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표의 ‘백지신당론’은 아직 민주당 내의 권력 다툼이라는 양상에 머물고 있지만 민주당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경우 곧바로 12월 대선구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민주당〓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신당 창당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과거 회귀’ 신당에는 분명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당내의 신당 논의가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민주당 내 재야 출신 의원들의 모임으로 노 후보 지지 성향이 뚜렷한 민주개혁연대는 이날 별도 모임을 갖고 “8·8 재·보선 이후 개혁적 인사를 끌어들이는 신당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개혁신당론’을 제기했다. 한 대표가 말한 ‘백지신당론’과는 다른 내용이다.

그렇지만 노 후보와 한 대표는 이날 “서로간에 큰 이견이 없다”며 선(先) 후보직 사퇴 문제를 둘러싼 파문을 진화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노 후보는 “24일 한 대표와 조찬회동을 했을 때 재창당, 신당 창당 등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 나와 한 대표가 함께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얘기도 했다”며 양자간의 신뢰관계를 강조했다.

노 후보는 당내 세 대결이 벌어질 경우 절대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한 대표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대표도 신당 추진 과정에서 노 후보가 이탈하는 사태는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여하튼 노 후보측과 중도파 및 비주류측의 물밑 세 규합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중도개혁포럼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키로 했고, 민주개혁연대도 쇄신연대 및 새벽 21 소속의 소장파 의원들과 잇따라 개별 접촉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민주당 한 대표가 공식화한 ‘백지상태 신당창당론’을 ‘반(反) 이회창(李會昌) 구도 형성을 통한 집권 연장 음모’로 규정,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권이 처음부터 술수 음모 공작을 동원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신당론’을 제기하고 당 대표가 앞장서고 있다”며 “원내 제1당으로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새로운 혁명 운운하며 국민 경선을 통해 뽑은 후보를 교체하자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임을 포기한 것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간판을 바꾼다 해도 뿌리는 DJ일 뿐이다”며 신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한 묶음으로 몰아붙였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위 ‘리틀 DJ’ ‘DJ적자’인 한 대표는 DJ의 복심(腹心)이므로 DJ 의중에 따라 정권 차원의 거대한 음모가 추진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특히 민주당이 지난해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내부 쇄신운동을 통해 ‘노풍(盧風)’을 불러일으킨 경험을 상기시키며 8·8 재·보선 이후 이뤄질 민주당의 국면 반전 시도에 안이하게 대응하다가는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또 김 대통령이 ‘공작 정치’의 배후로 드러날 경우 정권퇴진 운동이나 대통령 탄핵과 함께 자민련 의원 영입 등 ‘역정계개편’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 대응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자민련〓‘백지 신당론’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무력감에 빠져 있던 자민련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는 “동면 상태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니 좀 더 지켜보자”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내 개별 의원들의 성향과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을 주장해온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내각제 수용을 토대로 신당을 만들자는 우리 당의 종래 주장과 큰 흐름에서 같다”며 “이심전심 분위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실제 신당으로의 ‘헤쳐모여’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일부 의원들의 한나라당 행(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