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에서 효진과 현수는 “사랑이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진제공 영화세상
모지은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는 극장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나온 젊은 여성들의 투덜대는 대사로 시작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성인용 하이틴 로맨스나 할리퀸 문고야”
“너무 뻔해. 일단 엇갈린 남녀 주인공이 만나. 그 다음엔 정해진 수순 대로 티격태격해! 그러다가 엔딩엔 키스하면서 이뤄져.”
“현실이 안 로맨틱 하니까 이런 로맨틱 코미디가 팔리는 거야”
‘좋은 사람…’은 이런 평에서 빗겨갈 만한 자신이 있는 걸까. 혹은 이런 평을 ‘기꺼이’ 받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부터 목표였던 것일까.
효진(신은경)은 결혼정보회사의 커플 매니저. 나이는 스물 아홉. 수많은 커플을 성사시켰지만, 자신은 애인에게 차이고 1년째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숨기고 있다. 어느 날 효진은 골칫거리 회원인 현수(정준호)의 미팅을 맡는다. 현수는 외모, 학벌, 재산 등을 골고루 갖춘 ‘95점짜리’ 남자지만, 어머니 등쌀에 회원이 됐을 뿐 결혼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고객을 절대로 남자로 보지 않는다”던 효진은 4 차례의 미팅을 주선해주면서 어느새 고객인 현수에게 끌린다.
모감독은 스물 여섯 살의 나이답게 자신의 데뷔작을 발랄하게 만들었다. 속마음을 문자 메시지 형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거나 효진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콘택600을 일일이 세고 있는 장면 등 시종 가볍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펼쳐간다.
“시부모한테 잘해야 된다는 걸 생각하면 끔찍해. 난 고아랑 결혼할 거야”처럼 결혼적령기 여성의 심리를 건드리는 대사들도 잔재미를 준다.
여주인공 쪽에 확실히 무게를 둔 탓인지 효진의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분명하지만 현수는 비중도 현격히 떨어지는 데다 캐릭터도 모호하다. 오히려 결혼적령기 여성의 현실적인 눈에 비친 현수는 ‘마마 보이’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캐릭터로만 놓고 보면 효진에게 한결같은 우정을 보여주는 정준(공영진)이 더 호감을 얻을 듯 하다. 15세 이상. 8일 개봉.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