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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류정한-김소현

입력 | 2002-08-01 17:57:00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극중 연인으로 등장하는 류정한과 김소현이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과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배우 류정한(32)과 김소현(28)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연인 토니와 마리아로 다시 만난다. ‘오페라…’에서 유령의 사랑놀음에 가슴을 졸였던 두사람은 ‘웨스트…’에서는 비극적인 커플로 분한다.

‘웨스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를 현대로 옮겨놓은 뮤지컬.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제트파’ 리더인 토니와 반대편인 ‘샤크파’ 두목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요 줄거리다. 195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1989년부터 올해까지 4회째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힌다.

본 공연(23일∼9월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88-8066)을 앞두고 한창 연습중인 류정한과 김소현을 서울 일민미술관(동아일보사 구 광화문사옥)내 카페 ‘imA’에서 만났다. “‘오페라…’로 1년 넘게 함께 살았다”는 이들은 실제 연인처럼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뮤지컬 초년병, 곳곳이 지뢰밭〓류정한에게 있어 ‘웨스트…’는 1997년 자신의 뮤지컬 데뷔작이자, 그 해 연말 뮤지컬 대상 남우신인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연기에 대한 깊이를 모르던 시기여서 연기 춤 노래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며 “조직의 보스로 반대파의 연인 때문에 갈등하는 토니를 이제는 제대로 그려 낼 수 있을 것 같아 ‘웨스트…’ 오디션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오페라…’로 뮤지컬에 발을 내딛었던 김소현도 데뷔작을 통해 혹독한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연습부터 공연 초기까지 밤마다 눈물을 흘리는 나날이 계속됐다.

“아는 게 없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지뢰밭’이었죠. 대사 처리나 마이크 사용법조차 몰랐거든요. 그래도 큰 작품에서 장기 공연을 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웨스트…’는 대사가 많아 이정화 선배에게 발성 등을 배우고 있어요.”

▽배우와 성악가, 둘 다 잡는다〓류정한(91학번)과 김소현(94학번)은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를 겸업하는 것도 닮았다. 류정한은 30대까지는 뮤지컬 배우로, 40대 들어서는 외국에 유학을 떠나 성악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배우로서 살고 있지만 성악가에 대한 마음의 문을 항상 열어놓겠다는 것.

“무대에 오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감동을 받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소현도 “관객과 호흡하는 뮤지컬과 웅장한 선율의 오페라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어 둘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젊으니까 이 정도 욕심은 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류정한은 11월경 미국 재즈 뮤지션인 론 브랜트의 제안으로 독집 음반을 발표한다. 김소현은 1년 휴학했던 학교(서울대 대학원 성악과)에 복학한 뒤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